[김길태 검거 이후] 해코지가 두려워…

[김길태 검거 이후] 해코지가 두려워…

입력 2010-03-16 00:00
수정 2010-03-16 01: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시신유기 목격 시민 늑장신고 목격자·증인보호제 마련 안돼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이미지 확대
김길태 여중생 납치살해 현장검증 부산 여중생 이모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 검증이 16일 사상구 덕포동 이 양 집과 무속인 집, 사체유기장소, 김의 옥탑방, 검거장소 등에서 진행됐다. 김길태가 현장검증을 위해 이 양 집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김길태 여중생 납치살해 현장검증
부산 여중생 이모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 검증이 16일 사상구 덕포동 이 양 집과 무속인 집, 사체유기장소, 김의 옥탑방, 검거장소 등에서 진행됐다. 김길태가 현장검증을 위해 이 양 집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부산 여중생 납치살인사건 당일 밤 김길태가 이모양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목격한 한 시민이 있었지만 해코지가 두려워 경찰에 늑장 제보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허술한 목격자 보호 조치와 시민 신고정신 부재가 부른 결과다.

이 시민은 경찰에서 후환이 두려워 한참 뒤에 신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람은 이양 실종 당일인 2월24일 자정이 조금 지났을 무렵 김이 부산 덕포동 재개발지역 파란대문집 뒤편 빈 물탱크에 뭔가를 넣는 장면을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다. 바로 제보했더라면 김을 조기에 검거하고 수사력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목격자는 미리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고 자식을 키우는 처지에서 (김으로부터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 신고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등 사법당국이 목격자 등에 대한 신변보호조치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일부 목격자 등은 크고 작은 범행 또는 사고현장을 목격하더라도 후환 등이 두려워 선뜻 제보나 신고를 망설이는 게 현실이다. 이는 결국 사건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놓치는 한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제2, 제3의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결과나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는 목격자나 증인을 보호하는 법적 제도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목격자를 딱히 보호 조치해야 할 의무가 법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단지 수사관이 자체적으로 이들의 신변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이다. 중요한 사건은 경찰이 24시간 상주하는 등 신변보호가 필연적인데도 우리나라는 경찰 인력 부족 등을 들어 제대로 신변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 수사관들이 조서 등 서류에 거짓 주소와 가명 등을 적어 신변 노출을 막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마저 법정 등에서 드러날 공산이 크다. 목격자들이 범행 현장을 목격하더라도 선뜻 제보나 신고 등을 망설이는 이유다.

시민정신 부재도 사건을 키우고 있다. 개인의 이익 앞에서는 두 주먹을 쥐면서도 공익을 위해서는 뒤로 빼는 개인주의 만연이 불러온 폐해다. 부산경찰청의 한 수사관은 “나름대로 경찰에서는 목격자 또는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따른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포토] 김길태 철통보안 속 ‘현장검증’
2010-03-16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