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실이’로 1960-1970년대 풍미한 배삼룡

‘비실이’로 1960-1970년대 풍미한 배삼룡

입력 2010-02-23 00:00
수정 2010-02-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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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MBC 코미디언으로 정식 데뷔한 배삼룡은 1960~1970년대 한국 방송 코미디의 최고 스타로 큰 인기를 모았다.

특유의 바보 연기, 허약 체질 연기로 ‘비실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와 ‘부부 만세’ 등으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동갑내기 단짝 구봉서와 콤비를 이뤄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기 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1926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배삼룡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13살때 큰 형을 따라 일본 도쿄로 건너가 우에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광복 후 귀국해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1946년 유랑 악극단 ‘민협’의 단원으로 코미디언 생활을 시작한 그는 ‘장미’, ‘무궁화’, ‘삼천리’ 등 많은 악극단을 거쳐 방송계에 진출했다.

작고 마른 체구, 희극인에 어울리는 마스크를 가진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민협’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주위에 모여든 단원들이 ‘뭐 이리 생긴 인간이 다 있어’라고 했다. ‘저도 악극배우를 하고 싶은데요’라고 어렵게 입을 떼자 웃음바다가 됐다”며 “오디션에 떨어진 줄 알고 허탈하게 돌아서는데 단장이 내 이름을 물었다. ‘배창순입니다’라고 대답하니 ‘어이구, 차라리 삼룡이라고 하지’라며 혀를 끌끌 찼다. 용이 세마리라, 뭐 나쁠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악극으로 연기력을 다진 뒤 방송에 데뷔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TBC, MBC, KBS 등 방송국들이 그를 두고 치열한 출연 경쟁을 벌이면서 1973년 12월에는 급기야 대낮에 납치극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동아방송의 ‘명랑스테이지’ 공개방송을 마치고 나오자 순식간에 방송사 직원 30여 명이 나를 에워싸고 엎치락뒤치락하며 납치를 기도했다. MBC 차에 오르려는 순간 TBC 차량이 바로 옆으로 돌진하다 구경하던 사람의 발을 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배삼룡은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코미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사람팔자 시간문제’, ‘9대 독자 사랑법’, ‘약장사’, ‘양반 인사법’ 등 400여 편의 드라마와 ‘요절복통 007’(1966) ‘워커힐에서 만납시다’(1966), ‘나의 인생고백’(1974), ‘운수대통’(1975), ‘형사 배삼룡’(1975), ‘아리송해’(1979), ‘마음 약해서’(1980), ‘형님 먼저 아우 먼저’(1980), ‘철부지’(1985) 등의 영화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랬던 그는 1980년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연예인 숙정대상 1호’로 지목되며 방송출연 정지를 당했다. 시대에 역행하고 사회의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치는 인물이라는 이유였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세 김씨 중 한 명을 내놓고 지지했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방송출연 정지를 당한 후 그는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고 3년 반 동안 머물다 1983년 귀국했다. 그러나 귀국 후엔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았고, 사업에도 실패하면서 생활이 어려워졌다.

그러다 1997년 ‘눈물의 여왕’의 성공으로 다시 악극 스타로 재기한 그는 ‘그때 그 쑈를 아십니까’로 3년여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흡인성 폐렴으로 투병하던 그는 2007년 6월 한 행사장에서 쓰러져 입원했으며, 지난달에는 병상에서 ‘희극인의 날’ 행사를 기념한 핸드 프린팅을 했다.

문화체육부장관 표창(1996), ‘MBC 명예의 전당’ 코미디언 부문 수상(2001), 제10회 대한민국 연예예술대상 문화훈장 화관장(2003) 등을 수상했고, 자서전 ‘한 어릿광대의 눈물젖은 웃음’을 남겼다. 2002년에는 광운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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