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등 앞두고 무력 도발 관측
국지전용 소형 핵탄두 개발 의도
집무실 이전 계획 중 북 미사일 발사, 어수선한 국방부
북한이 4년 4개월만에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발사한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5일 (현지시간)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미사일 뒤로 국방부 청사가 보인다. 2022.3.27 연합뉴스
27일 복수의 정부 및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5월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 내 3번 갱도를 단기간에 복구하고자 새로운 통로를 뚫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4개의 핵실험용 지하갱도가 있다. 1번 갱도는 2006년 제1차 핵실험 뒤 폐쇄됐고, 2번 갱도에서 2~6차 실험이 이뤄졌다.
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 내 2~4번 갱도를 외신 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다. 앞서 4월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모라토리엄 해제’를 시사했고, 지난 24일 ICBM을 발사해 이를 실행에 옮겼다.
풍계리 핵실험장 3~4번 갱도는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았던 만큼 2018년 폭파 때 갱도 입구만 무너뜨렸다면 재건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북한이 새로 입구를 뚫는 것으로 알려진 3번 갱도는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두 갈래로 나뉜다. 핵실험장 폭파 당시 갱도 입구에서부터 두 갈래 길 직전까지의 구간만 폭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재건하는 데 “최대 3~6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입구를 새로 뚫는 방식으로 3번 갱도를 복구한다면 1개월 안팎이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달에는 김일성 주석 110주년 생일(태양절·15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25일) 등 안팎에 김정은 체제의 견고함을 과시해야 할 이른바 ‘정주년’ 기념일이 대기 중이다.
게다가 북측이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5월 10일)도 코앞에 둔 시점이다. 북한이 핵실험 재개와 ICBM 추가 발사 패키지를 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7차 핵실험을 진행한다면 폭발력이 10~20㏏(1㏏은 TNT 1000t의 폭발력) 정도의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기 위한 시험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술핵은 도시 전체를 파괴할 정도로 위력이 큰 전략핵과 달리 주로 국지전에서 활용되는 저위력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전술핵무기 개발 목적일 것”이라며 “수십㏏ 규모의 위력 테스트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성묵(예비역 육군 준장)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국방 5개년 계획에서 ‘핵무기의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을 공언한 만큼 소형화를 위한 추가 핵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022-03-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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