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속 달라진 8차 당대회
김일성·정일 초상 자리에 노동당 표식김여정·행정경제관료 잇단 중용 눈길
노동당 제8차 대회서 발언하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제8차 당 대회 개막…‘코로나19’ 상황 뚫고 대규모 정치 행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평양에서 제8차 당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신문은 “대회에는 제7기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전당의 각급 조직들에서 선출된 대표자들이 참가하였다”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하시었다”라고 전했다. 전날 당 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는 총 4750명이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평양 노동신문 뉴스1
6일 북한 관영매체 등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인민복 차림으로 회의장에 나타나 약 5500자 분량의 개회사를 15분가량 낭독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 뒤편에는 7차 당대회 때 걸렸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이 사라지고 붉은 바탕에 노동당을 상징하는 붓·망치·낫 표식이 자리했다. 김일성·김정일 초상은 작은 배지로 바뀌었다.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열겠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개회사를 통해 김 위원장을 비롯한 39명의 집행부 명단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과 최룡해·리병철·김덕훈·박봉주 등 10명은 자리를 지켰지만 나머지 29명은 바뀌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7차 당대회 때는 방청 인원(1387명)을 포함해 총 5054명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제7기 당중앙지도기관 구성원 250명, 전국 각 조직의 대표자 4750명을 포함해 총 7000명이 참석했다. 군인 대표는 7차 때 719명에서 408명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반면 당·정치부문 대표는 1545명에서 1959명으로, 행정경제부문 대표는 423명에서 801명으로 크게 늘었다. 군인보다 행정·경제관료를 중용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대회 대표자가 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노동당 당원 수는 600만~7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앞서 당원 1300명당 대표 1명을 선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추정치보다 당원이 두 배가량 늘었다”면서 “핵심 지지·실천 세력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우려에도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은 채 행사장인 평양 4·25문화회관을 가득 메웠다. 확진자가 1명도 없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21-01-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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