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남심리전 일환 위협강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서해 최전방 지역 군부대를 잇달아 시찰해 서해 최북단 접경 지역인 백령도·연평도를 겨냥한 군사도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된 지난 11일 김 제1위원장이 백령도가 마주 보이는 월내도방어대와 백령도 타격 임무를 맡은 인민군 제641군부대 관하 포병부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전했다. 지난 7일 최전방인 장재도와 무도 군부대 시찰에 이은 두 번째 행보다.

김 제1위원장은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면서 한국군 해병 6여단의 전파탐지초소와 포발견탐지기(대포병레이더), ‘하푼’ 발사 기지, 130㎜방사포(다연장로켓·MLRS) 등 타격 대상을 소멸하기 위한 타격순서 등을 정해 줬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적함이 군사분계선 해상 수역에 접근할 때는 경고사격을, 침범할 때는 조준 격파사격을 가하는 식의 새로운 해상 작전규정을 비준했다고 밝혔다.

군 부대를 시찰한 뒤에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왔던 황해남도 용연군의 ‘룡정양어장’을 방문해 “이 양어장을 찾았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최전방을 오가며 전쟁 준비를 다그치는 한편 김 위원장의 후광을 이용해 강도 높은 훈련에 지친 병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소 ‘여유로운’ 행보를 보여줘 자신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어 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531군부대 예술선전대의 공연도 관람했다.

북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된 이후 첫 성명을 내고 “우리의 땅과 바다, 하늘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날린다면 침략의 아성과 본거지를 무자비한 불벼락으로 벌초해 버릴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이 ‘대남 심리전’의 일환으로 도발위협과 대화를 오가는 ‘양면전술’을 펴고 있다고 보고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당장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추가 핵실험을 할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김민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조만간 원산을 중심으로 한 동해 지역 일원에서 김 제1위원장이 참관하는 국가급 군사훈련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잠수함 등 침투 세력은 과거에 비해 1~2개월 정도 일찍부터 활동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북한의 정전협정 폐기 선언과 관련해 “정전협정 관련 규정과 일반적인 국제법적 원리에 비춰 봐도 (북한의) 일방적 폐기 또는 종료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