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 <2> ‘독이 든 성배’ 서울교육감
年 10조 예산·5만명 인사권 쥔 수장/직선제 이후 2명 중도 사퇴 ‘오명’/허수 없는 세 후보, 공약 두루 갖춰/조희연, 연속성 있지만 참신성 덜해/조영달, 중도 지향하나 구체성 적어/박선영, 가치 충돌로 일괄성은 부족/미세먼지·친환경 급식 공약은 공통수장 기다리는 서울 교육청
서울 교육청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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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육감은 17개 시·도 교육감 중 가장 상징성 있는 자리다.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부총리를 겸하는 교육부 장관과도 뜻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맞설 수 있다. ‘독이 든 성배’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교육감을 직접 뽑은 2008년 이후 서울 교육감이 된 4명은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형사처분받았고, 이 중 2명(공정택·곽노현 전 교육감)은 임기 도중 물러났다. 오는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서울 교육감 후보는 모두 3명. 직선제 이후 처음 진보(조희연)와 중도(조영달), 보수(박선영) 후보가 각 1명씩 나섰다. 현직 교육감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전직 국회의원 등 화려한 이력의 대결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은 국내 최고의 교육 전문가 11명으로 ‘2018 시·도교육감 선거공약 검증위원회’(위원장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꾸려 서울 교육감 3명의 공약을 분석·평가했다. 평가 위원들은 “‘허수’로 볼 인물은 없으며 학생, 교육의 질, 학교 제도 등 영역별로 두루 공약을 짰다”면서도 “후보별로 구체성이나 일관성, 혁신성, 실천 가능성 등에서는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혁신학교도 진보·보수·중도 세 갈래
진보 교육감의 상징 정책인 ‘혁신학교’를 두고도 입장 차가 뚜렷하다. 혁신학교는 학교가 수업·평가 등에 주도권을 가지고 학생 참여형 교육을 하는 곳인데 서울 초·중·고교 168곳(2017년 기준)이 지정됐다. ‘시대 변화에 적응한 학교’, ‘학업 성적 떨어지는 비선호 학교’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박 후보는 혁신 학교 폐 지 입장이다. 조영달 후보는 혁신학교의 추가 지정을 멈추고, 그동안 성과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조희연 후보는 혁신학교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교사들이 관심 두는 교원 정책도 후보별 차이가 있다. 15년차 이상 평교사에게 기회를 주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대표적이다. 박선영 후보는 무자격 교장을 양산할 수 있다며 이 제도를 반대한다. 반면 조희연 후보는 교장 공모제를 확대해 학교 안 수직적 문화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조영달 후보는 “교육부 출신 관료가 도맡던 부교육감직을 교사 출신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교원 정책을 공약했다.
●공교육 책임의지 공감… 방법론은 각각
평가위원회는 박선영·조희연 후보에 대해 “두 후보의 교육 철학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교육이 다루는 대부분 영역에 걸쳐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영달 후보는 포괄적인 정책 공약을 내놨을 뿐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받았다. 다만 중도 후보답게 이념·진영 논리를 벗어난 교육을 강조하며 사회합의기구인 ‘서울교육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한 점은 특징적이었다.
박 후보는 상대적으로 학생 안전·복지 등 학생 공약을 많이 내놨고 조희연 후보는 교육에서의 정의, 미래를 강조하는 공약이 여럿이었다. 한 위원은 “박 후보 공약이 각각은 타당성이 있지만, 공약끼리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위주인 정시 전형 확대를 주장하면서 수시 전형과 잘 맞는 학교 다양성 정책을 추진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희연 후보에 대해서는 “현직 교육감으로서 공약을 세련되게 짰다”면서도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을 많이 언급해 참신성이 덜하다”고 말했다.
후보 3명 모두 “공교육이 아이들의 학력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보수인 박 후보는 학업 수준이 높은 학생들을 더욱 키워 주는 수월성 교육도 강조했다면, 조희연 후보는 기초학력 보장에 주안점을 뒀다는 점이 차이였다. 조영달 후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가정교사’를 만들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 학습처방’을 내려주겠다고 아이디어를 내놨다.
워킹맘을 중심으로 불만이 컸던 ‘녹색 어머니회’(초교 부모가 등·하교 교통 지도를 하는 활동)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은 조희연 후보와 박 후보가 모두 내놨다. 평가단은 “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 등 미세먼지 공약이나 친환경 급식 등 급식의 질 끌어올리기는 후보 3명이 모두 내놔 누가 당선되든 현장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은솔 인턴기자(성균관대 교육학)
■ 서울신문 시도교육감 선거공약 검증위원회 명단
위원장: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국민연합 명예대표)
위원: 강소연 연세대 교수(前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회장), 김성열 경남대 교수(前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성균관대 대학혁신과공유센터장), 이성국 대구동부고 교장, 임병욱 서울인창고 교장, 조효완 광운대 교수(입학사정관협회장), 주현준 대구교대 교수, 차성현 전남대 교수, 함승환 한양대 교수
2018-06-07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