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단일화 레이스 18일만에 종료

文-安 단일화 레이스 18일만에 종료

입력 2012-11-24 00:00
수정 2012-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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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 간 ‘큰 합의’로 시작..‘디테일 전쟁’ 시작되면서 진통

협상 결렬 위기에 이은 반전, 재반전을 거듭한 끝에 극적인 결말로 마무리된 18일간의 드라마였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23일 전격 사퇴 선언으로 민주통합당 문재인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레이스는 18일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6일 두 후보의 전격 회동으로 ‘아름다운 단일화’를 다짐하며 단일화 협상이 시작됐지만, 양측이 서로의 유불리를 철저히 따지고 때로는 이전투구 양상까지 보이면서 결국 협상을 통한 단일화는 실패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본격 점화된 것은 지난 5일 안 후보가 전남대 강연에서 문 후보에게 단일화를 위한 단독 회담을 제안하면서다.

문 후보가 이 제안에 곧바로 화답하면서 두 후보는 지난 6일 백범기념관에서 ‘1차 단독회동’을 갖고 후보 등록(25~26일) 이전 단일화 등 7개항에 합의했다. 새정치공동선언문 작성, 국민연대 구성 등의 내용도 합의내용에 포함됐다.

두 후보는 단일화의 원칙으로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를 제시했다.

양측은 곧바로 다음날인 7일부터 새정치공동선언 실무팀을 가동, 정치ㆍ정당개혁 과제,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연대 방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안 후보는 11일 공약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정치 공동선언과 함께 경제개혁ㆍ안보평화 공동선언을 진행하고 단일화 방식 협상에도 착수할 것을 전격 제안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12일 단일화 협상을 위한 3개팀을 인선했다.

그러나 룰 협상 국면을 맞아 양측은 일찌감치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며 난항을 예고했다. 단일후보의 조건으로 문 후보 측은 ‘야권후보 적합도’를 강조하고 안 후보 측은 ‘대(對) 박근혜 경쟁력’을 부각시켰다.

양측 단일화 실무단은 13일 상견례와 첫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단일화 룰 협상에 들어갔다. 두 후보의 명운을 결정지을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문 후보측 박영선 의원과 안 후보측 조광희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양측 실무단은 첫 회의에서 ‘아름다운 단일화’와 ‘상호 존중의 정신’을 강조하며 TV토론 실시에 합의했다. 공식 발표 이외의 사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14일 단일화 협상은 첫번째 중대 고비를 맞았다.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의 조직동원, ‘안철수 양보론’ 유포, 안 후보 측 실무단 인사에 대한 인신공격 등을 이유로 돌연 협상 중단 선언을 하면서다.

다음날인 15일 문 후보는 “혹여라도 우리 캠프 사람들이 뭔가 저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한 일들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했지만 안 후보는 “깊은 실망을 했다”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16일. 안 후보가 민주당의 혁신과제 즉각 실천 등을 조건으로 후보 간 회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문 후보가 정면 반박에 나서고 조건 없는 회동을 제안하면서 양측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졌다.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던 18일 문, 안 후보가 각각 서울과 광주에서 단일화 협상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주고받으며 협상 재개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르익었다.

문 후보는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단일화 룰 위임’ 의사를 밝혔고 안 후보는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꼭 이루겠다”며 ‘단일화 올인’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밤 두 후보 간 ‘2차 회동’이 열렸다. 이들은 다음날부터 실무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해 단일화 파행 사태는 닷새 만에 봉합되는 듯 보였다. 이날 밤 의원정수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새정치공동선언문도 발표됐다.

19일 실무팀이 재가동됐지만 첫 회의에서는 21일 TV토론 실시에만 합의를 이뤘을 뿐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α’ 방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양측의 파열음은 더욱 커져갔다. 합의되지 않은 협상 내용 공개, 상대에 대한 비방이 반복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이 대외적으로 밝힌 것과 달리 협상장에서 ‘통큰 양보’를 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고,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협상내용을 비공식적으로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전을 벌였다”고 맞섰다.

두 후보는 결국 22일 ‘3차 비공개 단독회동’을 통해 단일화 방식 결정을 위한 담판을 시도했지만 1시간30분만에 성과 없이 끝나면서 후보 단일화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저녁 문 후보 측이 재야인사들의 제안인 ‘적합도+양자대결’ 방식을 수용해 안 후보 측에 제안했고, 안 후보 측이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도+양자대결’ 방식을 ‘마지막 제안’이라고 역제안하면서 접점 가능성이 다시 열렸다.

그러나 23일 오전 문 후보 측이 안 후보 측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실무협상팀 가동을 제안했다. 이날 오전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대리인 회동을 제안해 별도의 특사 채널까지 가동했지만 끝내 조율에 실패했다.

안 후보가 이날 밤 전격 사퇴 선언을 하면서 후보 등록 전 단일후보 등록은 가능하게 됐지만 결국 합의를 통한 단일화에는 실패해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겠다는 두 후보 진영의 다짐은 물거품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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