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5·18 관련 비밀문건 공개
美, 안보회의 개최 전두환에 통보
최규하 전 대통령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직후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 같은 내용을 전문으로 작성해 ‘서울의 탄압’(Crackdown in Seoul)이란 제목으로 본국에 긴급 타전했다.
2일 미 국무부가 외교부에 전달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외교문서(14건·약 53쪽)에는 ▲12·12사태 이후 군부 동향 ▲최규하 과도정부의 정치적 위상 ▲5·18 이후 정치적 처리 과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들은 1990년대 중반 기밀 문서에서 해제됐지만 전두환, 최규하 등 구체적 인물에 대한 기술은 가려져 있다가 이번에 모두 공개됐다.
당시 최규하 대통령은 이미 실각했으며, 전두환을 주축으로 하는 신군부가 실권을 완전히 장악했음이 미국 정부 문서에서도 재확인됐다. 전문은 전두환에 대해 “군부 내에서 결정적이지는 않더라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규하 대통령뿐 아니라 12·12사태 후 국방부 장관이 된 주영복 장관도 실권이 없음을 솔직하게 밝힌 대목도 공개됐다. 1980년 1월 10일자 주한 미대사관 작성 문서에는 주 장관이 레스터 울프 미 하원의원으로부터 ‘한국군의 안정을 바라며 지휘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돕겠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군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신군부 주도의 실질적 지휘 체계가 12·12사태 직후 형성된 것이다.
이런 정세 속에서 미국 정부는 전두환에게 경계심을 가지면서도 실세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미 국무부는 연례안보협의회의 개최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한국의 국방부 장관 외에도 실권자였던 전두환에게도 보내라고 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나 지휘체계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는 “5·18은 군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군 부대 이동상황이나 지휘체계, 발포 명령 등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방부에서 생성된 문서가 공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1-06-03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