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체온계 등 23일 대북 반출 승인
통일부 “피격사실 몰랐던 담당자가 결정”
이인영 24일 보고받고 반출 중단 지시
총리 발언 듣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국무회의에 참석해 정세균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9.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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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29일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6~9월 대북 반출 승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3일 오후 의료용 마스크, 체온기 등 의료물자의 대북 반출을 승인했다. 지난 21일에도 영양 지원 명목의 대북 반출이 승인됐다.
정 의원 측은 대북 반출 승인 시기에 주목해 이 장관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의 총격 사망 사실을 알고도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반출을 승인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국방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해에서 실종된 이씨는 다음날 오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관련 첩보를 논의하고자 23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관계장관회의에는 이 장관도 참석했다. 다음날 국방부는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고 시신도 불태워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번 반출 승인은 이 장관이 아닌 국방부의 발표 이전 피격 사망 여부를 알지 못했던 담당자에 의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23일 오후는 이씨의 실종 소식만 알려진 상황이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사망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요건을 갖춘 민간단체의 반출 승인에 대한 중단 조치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승인을 하더라도 실제 물자가 북측에 전달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승인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후 소집한 부내 점검회의에서야 승인 사실을 알았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이후 통일부는 반출 승인을 받은 6개 단체에 대해 반출 절차 중단을 지시했고 해당 단체들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작은 교역’ 등 남북 대화 재개를 강조해 왔으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으로 인도적 지원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비정치적 비군사적 인도적 협력은 한결같이 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20-09-30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