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올라간 영변 핵시설·美 상응 조치가 비핵화 성패 가른다

몸값 올라간 영변 핵시설·美 상응 조치가 비핵화 성패 가른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9-07-01 22:28
수정 2019-07-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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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트인 북미 협상 향후 전망은

트럼프 “영변 핵 폐기는 일단 하나의 단계”
일괄타결 고수했던 기존 입장서 선회
회담 마친 김정은 표정도 한결 밝아져
실무협상 영변핵 범위 논의로 시작될 듯
전문가 “연내 비핵화 협상 결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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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 공개한 북미 판문점 회동
북이 공개한 북미 판문점 회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에 위치한 자유의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용호 외무상,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1일 북미 정상회담 관련 사진 35장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판문점 로이터 연합뉴스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담으로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4개월간 지속된 교착 국면이 해소되면서 차기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관건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가치 평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변의 가치’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은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북한은 영변의 값어치를 매우 높게 본 반면 미국은 영변을 평가절하하면서 ‘+알파’에 더 관심을 돌렸다. 이에 결렬 직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핵화의 정의’부터 북미가 합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영변의 가치를 높게 치면서 이를 비핵화의 입구로 삼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추동해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문제는 미국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입장에 다가선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문 대통령이 “영변의 핵 단지가 완전하게 폐기가 된다면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입구가 될 것”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답변을 자청해 “(영변 핵시설 폐기는) 일단 하나의 단계”라며 “오늘 걸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느낌이 좋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53분간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는데, 여기서 영변 얘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 회담 전 다소 경직됐던 김 위원장의 표정은 회담 후 매우 밝아졌는데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과 관련해 모종의 긍정적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영변 폐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을 가능성을 말한다. 판문점 회담을 전후해 미국 쪽에서 일괄타결식 빅딜이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2~3주간의 준비 후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은 영변 핵시설의 범위에 대한 논의로 시작될 전망이다. 플루토늄 원자로만 폐기할지, 400여개의 건물 전체를 포함할지, 영변 북쪽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더할지, 영변 지역 외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찾아 포함할지에 따라 미국의 상응 조치도 달라진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 매체들이 ‘걸림돌이 되는 서로의 우려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전적인 이해와 공감을 표시했다’고 했으니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의 무산을 복기하고 토로한 것”이라며 “무산 원인인 ‘영변+알파’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도 물었을 것”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 민주당이 비핵화 협상을 ‘성과 없는 쇼’라고 공격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럭저럭 북미 관계를 관리하며 유세를 마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완전무결하지는 않더라도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9-07-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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