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中 대북 지원·日 대화 지지 유도… 韓 ‘중재자’ 역할 커진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中 대북 지원·日 대화 지지 유도… 韓 ‘중재자’ 역할 커진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8-03-11 23:02
수정 2018-03-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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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 中·日·러 메시지 전망

비핵화 논의 남·북·미 구도 진행
中·日 패싱 우려에 중재 수용할 듯
75분간 방미 결과 보고받은 文대통령
75분간 방미 결과 보고받은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귀국한 대북 특사단 수석특사 정의용(왼쪽 두 번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촘촘한 대화 그물망’을 형성하기로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 대통령의 ‘특사’들이 12일부터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3강을 찾는다. 중국에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성실히 임하도록 지원해 줄 것을, 대북 압박에 집중했던 일본에는 대화 분위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핵화 논의가 첫발을 떼면서 미국을 포함해 4강을 견인하는 한국의 ‘중재자’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11일 귀국한 정 안보실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내일(12일) 저희 둘(정 실장, 서훈 국정원장)은 각각 일본, 중국, 러시아로 떠나서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 결과와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 국가들과 긴밀한 공조 방안을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12~13일 중국 베이징을, 14~1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서 원장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2~13일 일본 도쿄에 머문다.

2005년 6자회담 당시 중국이 중재자, 한국이 촉진자였다면 현재는 한국이 ‘운전자’(촉진자+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에 성실한 대화를 요청하고, 미국의 대화 탈선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의 북·미 중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일본에는 그간 견지해 온 대북 압박 자세보다 대화 분위기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핵화 논의가 과거의 6자회담보다 남·북·미 3자 구도로 진행되면서 중국과 일본은 외려 ‘패싱’(소외)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일본은 지난 9일 다음달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일 정상회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같은 날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주변국 조율,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의 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북핵 해결의 로드맵이었다면 이번에는 핵 개발 문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문제가 복합돼 있다. 또 남북, 미·중 평화협정의 구속력을 담보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만일 북이 평화협정의 국회 비준을 요구한다면 각국은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 북·미 간 깊은 골을 감안할 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거에는 북의 핵동결, 핵폐기 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 불신이 생겼지만 이번에는 북측이 파격적으로 핵 사찰을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ICBM은 역사적으로 사찰 사례가 없고 느슨한 검증 정도만 있었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외려 핵보다 논란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북한 체제 보장의 3개 축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남북 관계가 틀어지면 북·미 관계, 비핵화 등 모든 것이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가장 기본인 남북 관계 정상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03-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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