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의도는 ‘통남봉미’?

北 의도는 ‘통남봉미’?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18-01-01 22:42
수정 2018-01-0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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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前장관 “경제 주력 전환 시도”

일각 “한·미 동맹 틈새 벌어질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본격화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에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제한적 평화 공세’로 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핵무력 완성’의 성과를 토대로 대내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대외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 돌파구 마련에 중점을 뒀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반공화국 고립압살 책동은 극도에 달했다”면서 “우리 혁명은 유례 없는 엄혹한 도전에 부닥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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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밀거래 의심 파나마 선박 평택항 억류
北과 밀거래 의심 파나마 선박 평택항 억류 북한 선박 등에 정유제품을 넘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파나마 선적 유류운반선 ‘코티’호가 1일 경기 평택시 평택·당진항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국가보안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관세청 등 관련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이 배의 출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은 올 들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이 더욱 심화될 것에 대비해 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인민생활 향상·개선을 강조하는 한편 남북 교류와 왕래, 접촉 등 대남 관계를 통한 국면 전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견지해 온 결과 확실하게 핵무력은 완성했다고 보고 올해부터는 경제 쪽에 주력하겠다는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의 대화 물꼬를 트면서 한국의 힘을 빌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꾸도록 유도하고 싶은 계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국에만 국한된 ‘제한적 평화 공세’가 한·미 동맹 간의 틈새를 벌리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에만 평화 공세를 한 것은 한·미 간의 틈새를 노리는 게 크다”면서 “우리민족끼리·민족 자주라는 게 북·미 대결 상황의 안전판이면서 남쪽을 우군화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대남 면에서는 남북 간 다방면의 접촉과 왕래 등 적극적인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지만, 대외관계 개선에 대해선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채 ‘책임 있는 핵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바탕으로 대미 핵 억제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핵 위협을 지속한 점은 향후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풀어 가야 할 숙제가 됐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대화 공세는 ‘통남봉미’(미국을 배제한 남한과의 협상)를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면서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기회가 되거나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보상으로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경협 재개와 인도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구체적으로 추가 도발을 시사하지 않고 있지만 핵능력 고도화는 지속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8-01-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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