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추가반입 의도적 누락 전말
청와대가 31일 국방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한 자세한 경위를 공개했다. 국방부가 전날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을 보고했다”며 청와대의 발표를 정면으로 부정하자 발 빠르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의 누락’으로 결론지으며 진실 공방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조사 결과 국방부 실무자가 애초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란 문구가 명기돼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독회에 한민구 국방장관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밝힌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 경위는 이렇다. 지난 26일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국방부로부터 공식 업무보고를 받고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국방부 실무자를 따로 불러 세부 내용을 확인하던 중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이 1차장은 다음날 정 실장에게 보고했고, 정 실장은 28일 한 장관과의 오찬 자리에서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됐다는데요?”라고 물으며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수석은 처음 정 실장이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라고 물었다고 브리핑했으나 곧 언론에 “배치가 아닌 반입으로 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정 실장이 ‘배치됐는가’라고 물었다면 ‘그런 게 있었습니까’란 한 장관의 답변은 일면 타당하다. 사드 발사대 4기는 반입됐을 뿐 배치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31일 기자들과 만나 당시 발언에 대해 “뉘앙스의 차이”라고 해명했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 장관이 반어적으로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며 불편한 감정을 표현했다.
정 실장은 한 장관과 나눈 대화를 2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30일 한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정 실장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인수인계를 받을 당시에도 사드 발사대 4기 반입과 관련한 내용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방부 업무보고에는 ‘4기’ 등 아라비아 숫자 자체가 없었다”며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사드가 한국에 전개됐다는 취지로만 기재됐다”고 밝혔다. 그는 “상식적으로 한 장관이 업무보고 문서 결재라인에 있었을 것”이라며 한 장관을 정조준했다. 국방부가 보고를 누락한 이유에 대해선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7-06-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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