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포기 압박에 올인… 박 대통령 ‘레짐 체인지’ 염두에 뒀나

北 핵 포기 압박에 올인… 박 대통령 ‘레짐 체인지’ 염두에 뒀나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16-02-16 22:26
수정 2016-02-1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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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

민주화 이후 역대 언급 사례 없어
일각 “김정은 정권 교체 예상 발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목표로 대북정책을 강경 노선으로 대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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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치는 與의원… 그냥 있는 野의원
박수 치는 與의원… 그냥 있는 野의원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경제활성화 법안 등 국정 연설을 하는 도중 여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그대로 앉아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으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 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 결국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그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붕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게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체제 붕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어느 대통령도 체제 붕괴라는 표현을 직접 입에 올린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만큼 체제 붕괴라는 표현은 북한 입장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념, 노선에 따라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예고에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던 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체제 붕괴’까지 거론한 것은 전례없는 고강도 대북 압박을 통해 핵 포기 등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강경 드라이브는 나아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충분히 정권 교체를 예상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유가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화’라는 단어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북한에 대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극한의 공포정치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는 남은 임기 동안 더이상 북한과의 대화에 연연하지 않고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대북정책 방향을 고강도 대북 압박에 맞춤에 따라 향후 남북 관계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키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유엔에서의 강력한 대북 제재 등이 마련되면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아울러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 간 평화지대가 사라진 만큼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은 갈수록 고조될 전망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6-02-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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