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엔 이견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한·중·일 3국 정상은 1일 정상회의 뒤 발표한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3국이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뒤 발표된 공동발표문 문구와 동일한 표현이다.언뜻 보기에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일정 부분 인식을 같이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정상회의 뒤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좀더 직설적인 중국의 입장을 드러냈다.
리 총리는 역사 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을 “상호 신뢰의 전제조건”이라고 규정하면서 “모두 다 아는 이유로 3국 협력 프로세스가 지난 3년 동안 방해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집권 후 일본이 퇴행적 역사관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중국의 분명한 불만 표출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2년 5월 이후 과거사 문제 등을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리 총리는 또 “3국 협력체제가 다시 파장이 생기는 일을 원하지 않고 양자, 3자 관계에 있어 우여곡절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역사 문제 등을 놓고 일본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을 경우 한·중·일 정상회의의 정례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공동 선언문의 언급 외에 특별한 것을 강조하지 않았다. 주최국으로서 역사 직시를 통한 3국 협력의 복원에 방점을 둔 만큼 필요 이상으로 일본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가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언급했다.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해 가며 일본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리 총리와 달리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역사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납북자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국내 보수 진영을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5-11-02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