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공감속 온도차
1일 제6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담긴 대북 메시지는 지난 회의보다는 분명해졌다. 하지만 각국 정상의 기자회견 발언만 떼놓고 보면 한·중 정상의 메시지는 다소 ‘밋밋’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25 남북합의 이후 개선된 남북 관계와 최근 북·중 관계 복원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 한·중이 북한에 대한 자극적 표현을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공동선언문에서 3국 정상은 북핵 개발 및 북한의 추가 도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표현은 2011년 제4차, 2012년 제5차 회의 선언문에는 없던 표현이다. 하지만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선언문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서 ‘북한 비핵화’를 언급했고,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북한’이란 단어를 아예 꺼내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3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 등에 관한 ‘전략적 소통 강화’라는 의례적 수준의 언급만 했다. 양국이 이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교환한다는 내용도 덧붙였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방법이나 향후 계획은 담지 않았다.
한·중 정상이 사실상 특별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데에는 최근 남북, 북·중 관계 변화가 감안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남북은 지난 8·25 남북합의 이후 최근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순조롭게 마무리하며 당국 간 회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도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참석한 이후 북·중 관계 개선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구태여 한·중 양국이 북핵 문제를 전면화하기에는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공동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은 ‘일본인 납치 문제’까지 언급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한·중이 일본에 ‘역사 직시’를 강조한 데 대해 납북 문제로 화제를 돌리려는 전략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5-11-02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