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발엔 ‘무대응’… 무시하는 듯한 태도 보여
중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조정 요청 거절에 따른 한국의 반발에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으로 전선을 집중하는 데 전력을 쏟는 분위기다.중국 언론들은 29일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일본이라고 확인하면서 한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중국 방공식별구역의 주요 목표는 일본이다’란 제목의 영문 사설에서 “중국이 새롭게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일본이 도전한다면 우리는 지체 없이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은 방공식별구역 설치의 타깃이 아니며 한국에 (부정적으로) 태도를 변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너무 심하게 하지 않으면, 중국은 방공식별구역을 지키려고 미국을 목표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중국 언론들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제3차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조정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거부해 한국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친강(秦剛)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리의 입장과 주장을 재차 밝혔다”고 말해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조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앞으로도 한국에 외교 채널을 통해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 다른 개념으로 자국 영토를 보호하고 비행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지역 전투기들을 식별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 및 일본과 연합하기보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淸華)대 국제관계학원 자오커진(趙可) 교수는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 다르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구역이 중첩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면서 “중국과 한국 사이의 쑤옌자오(蘇巖礁·이어도의 중국명) 문제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11-30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