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급물살] 北 제의 26시간만에… 89일 막힌 핫라인 ‘개통’

[남북 대화 급물살] 北 제의 26시간만에… 89일 막힌 핫라인 ‘개통’

입력 2013-06-08 00:00
수정 201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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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핑퐁식 속사포 대응

남북 관계 단절과 함께 작동을 멈췄던 판문점 연락 채널의 전화벨이 7일 오후 2시 다시 울렸다. 지난 3월 8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채널 단절을 통보하고 같은 달 11일 차단한 지 89일 만이다.

전날 판문점 연락 채널을 복원하겠다는 북한의 의사 표시가 있은 뒤 실제로 남북 접촉의 첫 신호가 울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26시간에 불과했다.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 왔던 지난날이 무색할 정도로 속사포처럼 이뤄졌다. 통일부는 북한이 먼저 연락을 취해 왔다고 밝혔다.

남북 장관급 회담도 남북이 서로 긴박하게 ‘핑퐁식’ 역제안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합의됐다.

전날 낮 12시쯤 포괄적 회담을 제의하는 내용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문이 발표되자 통일부는 1시간 만인 오후 1시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내놨다. 이어 북측의 제의가 있은 지 7시간 만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긴급 브리핑에 나서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역제의했다.

북한은 이어 7일 오전 9시 43분쯤 조평통 대변인을 통해 9일 개성에서 장관급 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오후 4시 5분쯤 북한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실무 접촉 제의를 받아들이되 개성이 아닌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서 열자고 수정 제의했다. 총 네 차례의 ‘제의→역제의’가 오간 끝에 28시간 만에 대화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북한의 실무 접촉 제의는 다소 뜻밖이었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로 불필요한 기싸움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판단, 빠르게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실장급 대신 국장급을 단장으로 한 3명을 대표단으로 보내기로 했다.

실무 접촉에서는 장관급 회담 준비를 위한 제반 사항이 논의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 접촉 장소를 판문점으로 변경 제의한 데 대해 “장관급 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도 있고 이동하기에는 개성보다 판문점이 좋아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개성 실무 접촉을 제안한 것은 우리 측이 ‘서울 장관급 회담 개최’ 카드를 꺼낸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개성은 핵심 현안인 개성공단이 위치한 상징적 장소란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 접촉 제안 자체는 장관급 회담에 앞선 사전 탐색전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북한은 이날 조평통 대변인 문답에서 “수년 동안이나 중단되고 불신이 극도에 이른 현 조건을 고려하여 남측이 제기한 장관급 회담에 앞서 그를 위한 북남 당국 실무 접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남북 장관급 회담이 12일 열리면 15일로 예정된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가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북한이 실무 접촉에서 이 문제부터 논의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12일 장관급 회담이 열리게 되면 15일 당국까지 참여하는 공동행사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북한은 당국 간 회담 제의 전부터 이 문제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우리 정부는 6·15 공동행사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당국 간 회담이 열리지 않은 상황이니 6·15 공동행사와 관련해 (불허 입장에서) 근본적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6-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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