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대표 첫 5·18 추모탑 무릎 사죄
“전 국민 포용하는 정당 기틀 확립할 것”
민주당 “5·18특별법 당론으로 채택하라”
장제원 “공식사과, 만시지탄이지만 다행”
대통령 회동 의제로 코로나 극복방안 언급
소상공인간담회서 정부의 코로나 대처 비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당 관계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참배를 마친 후 일어나며 비틀거리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 도착 직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민주의 문’ 앞에서 낭독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당 관계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어 추모탑에 헌화하고 15초가량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보수정당 대표가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처음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참배 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5·18로 인해 호남 민심이 통합당에 소원했는데, 과거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전 국민을 포용하는 정당으로의 기틀을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차원에서 5·18 유공자 연금 지급 법안을 준비하는 것과 관련해 ‘당내 반대 의견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답했다.
최근 청와대가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의제로는 코로나19 극복방안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당면 현안은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다”라면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난다는 건 국민들이 가장 아파하는 걸 해결한다는 명분이 있을 때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광주 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가진 광주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광주시청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통합당의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시장은 광주시청을 찾은 김 위원장에게 “통합당 지도부가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것은 제가 알기로 처음이고, 광주시청을 방문한 것도 전례없는 일”이라며 “그런데 김 위원장이 5월 영령들과 광주 시민들에게 사죄까지 해서 우리를 뭉클하게 만들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그동안에 민족 화합이나 국민 화합 등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진전된 마음을 보이지 않았다”며 “5·18 관련해서 당에서 진정성을 보여주고 역사적 사실은 역사적 사실 그대로 인정하고, 모든 국민의 화합을 도모함으로써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각오로 광주를 방문했다”며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사죄를 두고 냉소적 반응을 내놨다. 허윤정 대변인은 “전광훈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때, 광주 방문이 화제 전환용으로 비쳐지는 것이 오해인가”라며 “무릎 꿇는 대신 5·18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울먹이는 대신 진상규명에 힘써 달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종인은 광주 학살 비극의 씨앗이었던 전두환의 국보위에 참여한 부역자”라며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의 ‘무릎 사과’를 흉내 낸 것”이라고 적었다. 이원욱 의원도 “입은 닫은 채 무릎만 꿇는다면 그것이 반성인가”라며 “미래를 향한 다짐과 실천이 없는 무릎꿇기는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통합당에서는 김 위원장이 실천한 당의 변화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표출됐다. 그간 김 위원장을 향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장제원 의원은 “고(故) 김영삼 대통령이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계승하고자 했던 5·18 정신이 그동안 당의 몇몇 인사들에 의해 훼손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을 대표하는 분이 현지로 내려가 공식 사과하고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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