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갈등 근원적 해소” vs “2·15 한일 합의보다 反역사적”

“한일 외교갈등 근원적 해소” vs “2·15 한일 합의보다 反역사적”

이경주 기자
입력 2019-11-27 22:20
수정 2019-11-2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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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發 강제동원피해자 배상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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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항의서한 전달
강제동원 피해자 항의서한 전달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강제동원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27일 국회를 방문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문 의장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정부 재원 각각 50억·60억원으로
문의장 “피해자 절반 찬성·적극 요청도”
한일갈등 최고조… ‘입법화’ 돌파 승부수
피해자 20만명인데 배상은 1500명 그쳐
정신대協 “日 사과 없는 문희상案 반대”
시민단체 항의 방문… 양측 모두 불만족


문희상 국회의장이 연내 발의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담은 법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앞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법안을 냈던 의원들은 지지를 표명했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문 의장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했다. 강제동원과 관련한 한일 기업과 한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 외에 한일 정부의 재원을 넣어 첨예한 갈등에 묘수를 던졌지만, 동시에 누구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대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27일 “그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관련 법안을 제출한 의원 10여명이 오늘 문 의장과 간담회를 갖고 일치된 안으로 발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여러 의견을 수렴해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무소속 천정배,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등은 정부의 운신 폭이 작은 상황에서 국회가 법안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문 의장은 “한일 외교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외교적으로 협력하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소위 ‘2+2+α’ 초안을 만들어 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어제(26일) 만난 피해자들도 절반 이상이 찬성했고, 적극 해달라 했다”며 “위안부 학습 효과로 피해자가 다 반대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까지 피해자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마치고 청와대, 총리실, 관계 부처와 만난 뒤 빠른 시일 내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의 배상 법안 초안은 피해자 1500명에게 2억원씩 총 3000억원의 위자료·위로금을 주는 방안이 담겼다. 재원은 한일 관련 기업 및 국민 성금, 한일 정부의 자금으로 마련하고 기억인권재단이 이를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초안의 숨겨진 키워드는 ‘한일 정부의 참여’라고 평가했다. 2016년 일본이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에 투입했던 10억엔(약 100억원) 중 60억원을 기억인권재단에 출연하면 일본 정부가 참여하는 형식이 돼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책임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50억원의 재원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피해자 단체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지난 24일 “문희상 국회의장 안은 절대! 논의 대상도 돼서는 안 된다. (2015년)2·15 한일 합의 그보다 더 반역사적, 반인권적 처리안이다. 제발 그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트윗을 게시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반영되지 않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돌려주기로 했는데, 이를 다시 기금의 재원으로 조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7일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원고단을 맡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는 방문 후 기자회견에서 “법률안의 핵심은 피해자 채권 소멸인데, 어떻게 소멸할지 이야기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협의한 것도 아니라고 답했는데, 정부가 책임 있게 하고 있는 것인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깜깜이 진행을 항의한 셈이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규모가 20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1500명이라는 배상 범위가 너무 좁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문 의장의 초안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신청은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내에 해야 한다. 이후에는 신청권이 소멸한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다. 최고조의 갈등을 겪은 한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갈등의 근본 문제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만들기 힘든 상황에서 국회 입법화는 효과적 우회로가 될 여지가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내년 4월로 예상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 압류자산 매각 전에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최악의 파국이 예상된다”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공론화가 진행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2019-11-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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