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임신? 민심을 위해서라면…이쯤이야”

“장애, 임신? 민심을 위해서라면…이쯤이야”

입력 2012-03-30 00:00
수정 2012-03-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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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女후보들…금정구 출마 장애인 장향숙 후보, 연제구 출마 만삭 주부 김희정 후보

4.11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장애와 임신 등 불리한 조건을 뛰어넘어 선거 운동에 나선 여성후보들이 있다.

이들은 약점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처지를 강점으로 바꿔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금정구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장향숙 후보와 연제구에 도전장을 내민 새누리당 김희정 후보들의 첫날 유세 현장을 부산 CBS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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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민주통합당·장애?’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세상을 뒤집어 봅시다”

”기호 2번 장향숙입니다. 세상을 한번 바꿔봅시다”

29일 오전 7시 부산 도시철도 구서역 인근에서 쩌렁쩌렁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바로 4.11 총선 금정구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통합당 장향숙 후보다.

샛노란 점퍼를 입은 채 휠체어에 앉은 장향숙 후보의 체구는 작았지만, 목소리와 행동은 여장부를 방불케 했다.

이어폰을 꽂은 채 바쁜 걸음을 옮기던 직장인들은 선거 운동 현장을 무심히 지나치다가 손을 먼저 뻗어 인사하는 장 후보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받았다.

”시민들께 너무 감사하죠. 시간에 쫓기는 바쁜 아침 시간인데도, 악수와 명함을 다 받아주시고. 하루에 5~6시간 정도 자고 나머지 시간은 지역민들을 만나는 등 선거운동에 나설 생각인데, 전혀 힘들지 않아요. 되려 시민들의 미소가 제게 힘이 되죠.”

장애의 불편을 자신의 강점으로 바꾼 장 후보에게는 유독 팬들이 많다.

첫 거리 유세를 마치고 구서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장 후보에게 열성 지지자들이 몰려와 “끝까지 힘내세요” “승리를 확신합니다” 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노란색 바나나, 노란색 수선화, 노란색 사탕 바구니 등을 건넸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장애인 1호로 국회에 입성한 장향숙 후보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라며 “이런 열정이라면 지역구의 발전을 위해서 손을 걷어붙이고 나설 것 같다. 장 후보를 계속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남산동 주민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금샘 도서관을 찾은 장 후보는 다소 좁은 책장 사이를 휠체어로 밀고 다니며 책장을 둘러봤다.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책을 집어든 장 후보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도서관 편집위원들에게 “오늘날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인문학 덕분이다. 앞으로 금정구민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부산대 김인애 총학생회장 등 간부들과 만나 반값 등록금, 청년실업해결, 대학생 교통할인, 대학로 예술 문화 활성화 등 굵직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앞으로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으로 실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쉴 틈 없이 빡빡한 일정을 오후 늦게까지 소화한 장향숙 후보는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으로 웃음을 잃지 않아, 장애는 단지 조금 불편할 뿐, 열정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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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삭 김희정 의원, “앉으나 서나 공약 생각”

29일 오전, 본격적으로 4.11총선의 선거운동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듯 건물과 거리에는 후보자들의 플래카드가 한가득 들어찼다.

출근시간대 부산지역에서 가장 붐비는 곳인 연산 교차로에도 선거 분위기를 북돋는 각종 음악과 율동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새누리당 김희정 후보는 만삭의 몸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산 교차로 인근에서 서서 출근길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버스나 택시가 정차해 있는 짧은 순간도 놓치지 않고,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시민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호 1번’의 지지를 호소했고, 남편과 함께 90도 인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려 2시간 동안 쉼 없이 이어진 인사에도 김 후보는 피곤한 기색 없이 바로 선거 유세 차량에 올랐다.

’임산부가 총선에?’ 갸우뚱하는 시민들의 눈길을 읽은 듯 김 후보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아는 육아, 보육, 교육 정책을 일일이 설명했다.

”제가 4살 난 딸 아이가 있고, 뱃속에도 아이가 8개월째 자라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육아, 보육과 관련된 부모님들의 고충을 100% 이해하고 있지요. ‘말로만 아이 키우기 좋은 연제’가 아니라 정말 어머니들이 마음놓고 아이를 맡기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겁니다.”

이어 연제구청 장애인 협회에 도착한 김 후보는 이미 다른 후보가 먼저 선거운동을 하고 있자 바로 인근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겨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쉴 틈 없이 분 단위로 이뤄지는 일정에서도 김 후보는 임산부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모습을 보고 김 후보의 자원봉사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도 많다.

심모(32) 씨는 “임신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 김 후보의 모습을 보고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와 임신 등 자신의 불리한 조건을 강점으로 바꿔 민심 잡기에 나선 여성 후보자들의 열정을 유권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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