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 사건·국보법 위반자 등 유공자 될 수도”
보훈부, 911명 민주유공자 신청 대상으로 추정
질의응답 하는 강정애 장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열린 민주유공자법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입장발표 관련 브리핑 후 질의응답하고 있다. 2024.5.29 국가보훈부 제공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유공자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민주유공자법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며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민주유공자법에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명확한 심사 기준이 없다며 “부산 동의대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관련자 등 사회적 논란으로 국민적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들이 민주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유공자 결정을 행정부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대통령의 개정 또는 보훈심사위원회 위원 교체만으로도 정권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유공자의 기준과 범위가 빠뀔 수 있다”면서 “특히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에 따라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국가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주유공법이 의료·양로·요양 지원 외에도 민주유공자 본인과 자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대입 사회통합전형의 대상’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자율형 사립고 입학 정원의 20% 이상 선발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강 장관은 “민주유공자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특별한 혜택이 주어질 경우 공정의 가치가 훼손되고 일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켜 사회 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묘지 안장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강 장관은 “예를 들어 무고한 사상자를 발생시킨 부산 동의대 사건의 경우 희생자인 경찰과 가해자인 사건 관련자가 각각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라는 이름으로 보훈의 영역에서 함께 예우받고, 안장될 여지가 있다”며 “국립묘지법 개정 과정에서 유가족의 극심한 반발과 이에 따른 국론 분열이 예상된다”고도 주장했다.
강 장관은 “이처럼 중대한 흠결을 갖고 있는 법안에 대해 추후 국회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야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시기를 간곡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보훈부는 민주유공자법에 따른 국가유공자 신청 대상자를 911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보훈부 관계자는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발행한 백서에 기록된 명단을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라며 “모든 국가유공자는 본인의 신청에 따라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