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지지율 뒤지자 부동산 정책 사과
이낙연 “주거 문제 살피지 못한 책임 크다”
박영선 “재건축·재개발 공공·민간 참여로”
민주유공자 예우 법률안도 하루 만에 철회
당 내부서도 “선거 지더라도 원칙을” 비판
전문가 “당정 얘기 달라 혼란 가중” 지적
더불어민주당 이낙연(가운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이낙연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어 “주거의 문제를 온전히 살피지 못한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식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청약을 우대하는 내용의 대안을 내놨다. 선거를 겨냥한 정책 뒤집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허영 선대위 대변인은 “선거 시기 문제가 아니라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중요한 요청 사안이라고 이해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뒤집는 발언에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영선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박 후보는 지난 28일 야권의 텃밭인 강남구를 찾아 공공·민간이 함께 하는 재건축·재개발을 약속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공시지가 인상률이 10%를 넘지 않도록 조정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조치와 정반대되는 대책을 밝히기도 했다.
설훈 의원 등 범여권 의원 73명이 공동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도 하루 만에 철회했다.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취업 지원들이 ‘셀프 특혜’라는 비판이 일며 여론 악화 조짐을 보인 탓이다.
집권 여당이 너나없이 사과하며 기존 정책을 뒤집는 것에 대해서는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에서 지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져야 하는데,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내놓는 정책은 선거 이후에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대선까지 장기전을 고려하면 임기응변으로 공약을 급조하는 것은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라며 “부동산 정책이 이제 와서 잘못됐다고 하면 어디까지 잘못된 것인지를 말해야 하는데 정부 얘기 다르고 여당 얘기 다르니까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고 비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21-04-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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