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민주당, 박원순 사과 충분하지 않았다”

정춘숙 “민주당, 박원순 사과 충분하지 않았다”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21-01-31 21:48
수정 2021-02-0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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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표 만나 “공식적 사과해야” 조언
처음부터 이 사건 무고라고 생각 안 해
피해호소인 논란은 많이 아쉬운 부분
‘女의원=꽃’이라는 정치권 경각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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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이 지난 29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이 지난 29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민주당이 박원순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국민들이) 충분하다고 느끼지 않은 것이죠. 공적인 판단이 정리될 때 당의 대표를 포함한 모두가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박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이틀 뒤인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사과했다. 민주당 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은 전날 이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미 사과했는데 또 사과해야 되느냐, 남인순 의원이 사과했는데 당대표까지 나서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정 의원은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0년 넘게 여성운동을 해 왔다. 인권변호사인 박 전 시장은 동지였다. 정 의원은 지난해 8월 시사인 인터뷰에서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했고, 박 전 시장 지지자에게 비판을 받았다. 지난 29일 서울신문과 만난 정 의원은 “처음부터 이 사건이 무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사건에는 무고가 없고,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며 “법원에서 성추행을 인정한 것도, 인권위의 결론도 모두 예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발표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살살(약하게) 나왔다고 생각했다. 손톱을 만지거나 속옷 사진을 보냈다는 건 법원에서 말한 것과 수위가 다르지 않나. 구체적인 내용이 많았겠지만 인권위 설명대로 반론권이 없는 점을 감안했다고 생각했다. 확정할 수 있는 부분만 나왔구나 싶더라. 인권위가 애썼다. 직장 등 공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에 대한 고민이 보인다. ‘거부 의사 표시가 문제가 아니라 권력 관계가 문제다’, ‘손을 몇 번 만진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지침을 내려 준 것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다.”

-민주당에서 피해호소인, 2차 가해 문제, 피소 사실 유출 논란이 있었다. 정 의원은 피해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데.

“피해호소인 논란은 많이 아쉽다. 이번 사건이 젠더 감수성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피해호소인이라는 건 원래 있는 말이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랐다. 그런 느낌의 차이를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이다.”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문제까지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고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

“당대표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 20대 때 국회에 들어와 보니 사회 변화보다 훨씬 늦더라. 여성 의원을 ‘꽃´, ‘미인군단´으로 부르거나 여기자에게 ‘그 회사는 얼굴로 사람 뽑나 봐´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런 말이 너무 싫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곳이다. 여성 대변인은 아직도 다 젊고 어린 사람만 한다.”

-이 대표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는데.

“국제회의를 가면 외국의 경우 정치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다뤄진다. 여성 국회의원이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의당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나. 한국도 캐나다, 유럽의회처럼 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선거법 등 정치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명시하고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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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21-02-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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