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당(公黨) 대표 이해찬의 뒤늦은 사과

공당(公黨) 대표 이해찬의 뒤늦은 사과

손지은 기자
손지은 기자
입력 2020-07-15 13:20
수정 2020-07-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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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망 후 첫 직접 사과
“통렬한 사과…국민에게 송구”
‘피해 호소인’ 용어는 고집
장례 내내 사적 인연만 강조해 비판
여권에 일종의 ‘가이드라인’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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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대표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과’
이해찬 대표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시정 공백에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 호소인의 고통에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당 대표로서 통렬한 사과를 드린다”며 사과했다. 2020.7.15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후 처음으로 15일 직접 사과했다. 하지만 장례 기간 내내 박 전 시장과의 개인적 인연만 강조해온 이 대표가 공당(公黨) 대표로서 뒤늦게 내놓은 사과에 논란은 계속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광역단체장이 두 분이 사임을 했다”며 “당 대표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어 “다시 한번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2018년 8월 당대표에 취임한 이 대표는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석 달 만인 올해 7월 박 전 시장까지 소속 광역단체장 2명이 성폭력 의혹으로 중도 하차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번 통렬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통렬한 사과’라고 표현했으나 ‘피해자’가 아닌 민주당 측에서만 사용하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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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7.1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7.10 연합뉴스
이 대표 측은 공식 입장 표명이 늦어진 것은 고인에 대한 애도 차원에서 장례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박 전 시장 사망 후 장례 기간 내내 보여준 언행에 비춰보면 악화한 여론에 등 떠밀려 사과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의 첫 공식 발언은 박 전 시장 사망 당일인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다. 이 대표는 “고인은 저와 함께 유신 시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해온 오랜 친구다. 시민운동계의 탁월한 인권변호사였다”며 성추행 의혹에는 침묵했다.

같은 날 박 전 시장의 빈소를 찾아서는 성추행 의혹을 묻는 취재진에게 “예의가 아니다”며 역정을 내고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욕설했다. 이 대표는 성추행 관련 질문이 나오기 전에는 “7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해 온 오랜 친구”라며 “친구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자신과의 사적 인연만 강조했다.

이 대표가 당시 빈소에서 보여준 격앙된 반응은 이후 민주당 의원들과 여권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의 반응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민주당 전체에 일방적인 추모와 애도, 박 전 시장의 업적만을 강요하는 기류가 확산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빈소에서 “인간이 다 비슷비슷한데 너무 도덕적으로 살려 하면 다 사고가 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피해자를 위로하고자 조문을 거부한다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게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시비를 따질 때가 있고, 측은지심으로 슬퍼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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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찾은 이해찬
빈소 찾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계속됐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언급에 “사자 명예훼손에도 해당할 수 있는 얘기”라고 했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 고인의 명예가 더는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57만명의 국민이 박 전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을 반대했지만, 이 대표는 장례위원회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아 장례를 주관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는 기자회견 대독 입장문에서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고 했다.

발인 당일인 13일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이 예고되자 이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장례위가 기자회견을 재고해 달라는 입장문을 낸 것도 논란이다. 당시 장례위는 “한 인간으로서 지닌 무거운 짐마저 온몸으로 안고 떠난 그”라며 “부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가 첫 유감을 밝힌 13일 대독 사과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 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 호소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는 짤막한 사과문을 대독하도록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진상조사에 대해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고인의 부재로 당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며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에서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달라”고 했다.

또 “당은 당 소속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차단하고 귀감을 세울 특단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당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도록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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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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