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실적주의 인사 반영”…정부, 후속 인선에 촉각
리선권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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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3일 관영매체를 통해 ‘리선권 외무상’이 설 명절을 맞아 열린 외교단 연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하며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접 확인됐던 북한 외교사령탑 교체 사실을 공식화했다.
리선권은 군인 출신의 대남 협상가로, 그의 외무상 발탁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2006년 10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제2차 수석대표 접촉에 북측 대표로 참석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특히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오른팔’로 불려왔다.
2016년 김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되자 군복을 벗고 남북 간 공식 채널인 조평통 위원장으로 승진해 남북고위급 회담의 북측 단장으로 활동해왔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외무상 교체와 군인 출신 리선권의 외교무대 등장이 대미, 대남 정책에 어떤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외무상 교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미강경 외교 노선과 일치한다”며 “훨씬 더 공격적이고 대결적인 대미 접근법”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했다.
리선권이 그동안 보여온 대남 강경 이미지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이번 인사의 좀 더 본질적인 측면을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리선권 발탁을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보여준 ‘실적주의 인사’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며 반드시 대미 강경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통미봉남’(通美封南) 일변도로 전개돼온 대남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리선권은) 남북 관계를 아는 인사로 통미봉남에서 견미용남, 즉 남쪽을 이용해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일 수 있다며 앞으로 대남관계 비중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리선권의 후임 인선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신임 조평통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로 북한의 대남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김영철 라인’으로 분류되는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나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등이 발탁됐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제3의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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