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규제 필요성 공무원 직접 입증’ 제도도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한 뒤 참석 기업인들과 본관 앞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 1. 15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올 한 해 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한 만큼 고용과 투자의 ‘열쇠’를 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경제 활력 제고에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후속 조처로 대규모 투자프로젝트 전담반을 가동하는 동시에 수소 경제, 미래차, 에너지 신산업, 비메모리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별 육성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후속 조치의 핵심은 규제 개혁이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규제 샌드박스 사례를 대대적으로 발굴해 조기에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간담회에서 상당수 기업인이 요구하고 나선 규제 개혁에 화답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KT 황창규 회장은 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는 ‘쌀’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풀면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도 “우리나라 법·제도는 ‘무엇이 되고 다른 것은 안 된다’는 포지티브 방식이라서 창의성을 갖기 어렵다”며 “이를 ‘무엇은 안 되고 나머지는 다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다수 기업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규제를 지목하고 나선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필요하다면 파격적으로 규제를 혁신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당장 김 대변인은 “행정명령 규제 필요성 입증 책임제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종태 퍼시스 회장이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는 현재의 방식을,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하게 하고 실패하면 이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 데 따른 조치로 읽힌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으나 문 대통령은 대안까지 제시하며 규제혁신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공무원이 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것 외의 행정적 행위를 하면 감사원에서 ‘왜 근거 없는 행정을 했느냐’라고 문책해 소극적 행정을 하게 되는데 감사원에 협조를 구해 소극적 행정을 문책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규제혁신 방안을 비롯해 청와대가 기업인들의 민원 해결에 즉각 착수한 것은 현장 소통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기업인 기(氣) 살리기와 맥이 닿아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후속 조처를 빈틈없이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업인들의 건의사항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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