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와 광화문에 전차, 장갑차 신속투입 계획도
지난 2017년 3월 탄핵 국면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은 계엄선포와 동시에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 및 보도통제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던 점이 확인됐다. 특히 기무사는 국회에 의한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국회 의결 과정에 불참시키거나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아예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도록 하는 계획도 세웠다.또한 계엄 시 중요시설 494개소 및 대규모 집회가 예상되는 광화문과 여의도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수전사령부로 편성된 계엄임무 수행군이 야간에 전차, 장갑차를 신속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청와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국방부를 통해서 전날 제출받았다고 20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19일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일부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2018.7.20 연합뉴스
청와대가 부분 공개한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2급 군사기밀’로 명시돼 있다. 단계별 대응계획과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67페이지에 달한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세부자료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 보안 유지 하에 신속하게 계엄선포, 계엄군의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이라고 적시돼 있다”면서 “자료에는 비상계엄 선포문과 계엄 포고문 등이 이미 작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에는 (합동참모본부의) 통상 (계엄)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하는 판단 결과가 있다”면서 “국정원장이 계엄사령관의 지휘 통제를 따르게 돼 있고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는 등 국정원 통제계획도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계엄사 설치 위치도 보고돼 있고, 계엄선포와 동시에 언론 사전검열 공보문과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계획도 작성돼 있었다”면서 “계엄사 보도검열단 9개반이 신문·방송·통신 및 원고 간행물 견본을 제출받아 검열할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6개 언론사와 인터넷 신문사에 대해서도 보도 통제하도록 하고, SNS 차단 등 유언비어 유포 통제도 담겼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 대책도 있는데, 20대 여소야대 국회에 대비해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것으로, 당정 협의를 통해 계엄해제 국회 의결에 여당(자유한국당) 의원을 참여하지 않게 하는 방안도 있다”며 “여소야대 (상황에) 대비해 계엄사가 먼저 집회·시위 금지 및 반정부 금지활동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시 구속수사 등 엄정처리 방안을 발표한 뒤 (위반하는 국회의원들을)사법처리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중요시설 494개소 및 집회 예상지역인 광화문과 여의도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로 편성된 계엄임무 수행군을 야간에 전차,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무사 작성 세부자료는 합참 계엄과에서 통상 2년마다 수립되는 계엄 실무 편람과 전혀 상이함을 확인했고, 국방부 특별수사단도 이 문건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문건을 공개한 이유는 이 문건의 중대성과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문건의 위법성과 실행계획 여부, 배포 단위에 대해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법과 원칙 따라 수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