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일 방북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담화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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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4일자는 1면에 김정은 위원장이 왕 외교부장을 만난 사진을 게재했다. 이 자리에서 왕이는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 대사와 통역을 배석시켰지만 김 위원장은 통역만 대동했다.
왕 외교부장의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을 법도 했지만, 대외문제 관계자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중국을 비롯해 외국의 인사나 대표단을 만날 때 담당 간부 없이 통역만 대동한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7월 방북했던 리위안차오(李源潮) 전 국가부주석 면담 때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대동했고, 앞서 2012년 8월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할 때는 김양건 당시 당 통일전선부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배석시켰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의 나 홀로 회동은 남북정상회담과 곧 있을 북미정상회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등 중요 현안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회동과 관련해 “조선반도 정세 흐름의 발전 방향과 전망을 비롯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조중(북중)의 견해를 재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왕 외교부장과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북중관계 등에 대해 폭넓게 대화했다는 점을 부각,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남측 특사단의 방북 면담 때에도 책상에 놓인 관련 자료를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채 1시간 남짓 비핵화와 북미정상회담 등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며 거침없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 이후 이어진 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과 남측의 입장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 남측 특사단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중정상회담 이후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한반도 문제, 동북안보협력 등에 대해 완벽하게 꿰뚫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평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례적 단독 회동이 왕 외교부장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에 대해 좀 더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비핵화 과정과 북중경제협력 등 ‘우군’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한 북한 입장에서 종전선언에 중국이 빠지는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종전선언에 중국이 빠지는 것은 북한의 입장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정상회담을 중시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에 이 같은 솔직한 속내를 김정은 위원장의 입으로 직접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의 과정에 외교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북측의 스탠스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전날 리용호 외무상과 왕 외교부장의 회담에서 양측의 입장 교환이 있었던 만큼 김 위원장의 만남에서 새로운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의례적인 만남 성격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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