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포함 여부가 핵심…2007년 10·4선언 이어 판문점 선언후 재논란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종전선언’의 주체를 놓고 11년만에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판문점 선언에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명시된 것이 발단이다.
여기서 종전선언의 주체에 중국이 포함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이해찬 전 총리는 3일 한 학술회의에서 종전선언 당사자에 중국을 배제할 여지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고, 통일부는 같은 날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에 중국의 의사에 따라 3자 또는 4자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10·4 선언이 나왔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10·4 선언은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포함됐는데, 당시는 3자 종전선언이 추진될 경우 빠지는 쪽이 한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정전협정 서명에 빠진 한국이 종전선언에서도 배제될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저서 ‘70년의 대화’에 따르면 10·4 선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주도의 평화체제 협상 개시 선언 방안을 제안하면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구상을 밝히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선전쟁에 관련있는 3자나 4자들이 전쟁이 끝나는 것을 공동으로 선포한다면 평화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당시 통일장관)·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당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 실장)의 공저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에는 북중간의 미묘한 알력이 3자 또는 4자라는 애매한 표현이 나온 배경이라는 분석이 소개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위치에 있었던 저자들은 중국의 참여 여부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그것을 대 중국 카드로 삼으려는 북한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016년 펴낸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자신이 당시 외교 책임자로서 종전선언 주체 관련 표현을 ‘3자 또는 4자’로 하지 말고 ‘관련 당사자’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11년이 흘러 올해 판문점 선언이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명시함으로써 한국이 빠질 가능성은 미연에 방지했지만 중국을 빼느냐 마느냐는 논란은 남았다.
중국은 정전협정의 주체로서 평화협정에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종전선언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10·4 선언 당시에도 종전선언 참여문제에 대해 중국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 주체 논란은 결국 전쟁 당시와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한반도 안보지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을 뺄 수 있다는 쪽에서는 북중간에는 동맹관계가 있는데다 한중 및 미중은 이미 국교를 정상화했고, 한반도에 현재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나라는 남북미 3자인만큼 중국이 반드시 종전선언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종전선언 중국 배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북한에 대한 최대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한반도 평화 논의 초기부터 안고가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북한에 대한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대북제재 체제의 유지 등 면에서도 중요한 플레이어인 만큼 중국의 소외감이 북핵 해결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종전선언 주체에 중국을 넣느냐 빼느냐 문제는 향후 외교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당사자인 중국의 입장은 북미 정상회담 후 한국 주도로 남북미 3자 회담이 추진될 경우 공식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중관계의 악재가 되지 않게끔 문제를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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