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문제 관여 정상급 ‘대회전’…문 대통령-北김영남-美펜스 만남 최대관심
‘평화의 시작이냐, 다시 위기냐’. 한반도 정세의 큰 굽이를 형성할 ‘평창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은 물론이고 주변 열강인 미국과 중국, 일본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회전’하면서 한반도 외교가 중대한 모멘텀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러시아를 제외하고 과거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이 한자리에 모이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이날은 우리 외교에 있어 ‘슈퍼 금요일’이라고 불릴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다자 정상외교를 주도하며 ‘운전석’에 앉은 문 대통령이 평창발(發) 평화무드를 살려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켜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일단 최대의 관전 포인트는 남북미(南北美) 정상급 만남이다. 사전 리셉션과 개막식을 무대로 성사될 대면접촉 과정에서 꽝꽝 얼어붙었던 한반도의 경색국면을 타개할 ‘훈풍’이 조성될지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가장 크게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연 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과의 만남이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에 앞서 방한한 각국 정상급 외빈들이 모두 모이는 리셉션에서 김 상임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단독 면담 형태는 아니지만 북한의 헌법상 행정 수반인 김 상임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악수하는 모습은 보수정권 9년간 얼어 있던 남북 관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셉션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짧지 않은 시간에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기회도 주어진다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놓고 유의미한 대화가 오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1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포함된 북한 대표단과 별도 면담을 갖는다. 김 제1부부장이 친서를 들고올 경우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간접 대화’를 하는 것이어서 남북관계 개선의 확실한 모멘텀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하는 김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과 조우할 지도 관심사다.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문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질 북미 접촉이다. 북미 정상급이 첫 대면접촉을 갖는다면 이는 외교적 상징성이 큰데다 현재 북미간 대립구도에 있어서도 일정한 함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주최하는 사전 리셉션에 참석해 자연스럽게 조우하고 인사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이 형식적 상견례 차원을 넘어 북미대화를 향한 ‘의미있는 대화’를 주고받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전날 펜스 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다각적 대화’ 노력을 강조하며 북미대화에 호응해줄 것을 주문했으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두 사람이 별도의 대화 기회를 갖는다면 이는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길 기대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화국면을 향한 모처럼의 외교적 에너지가 형성될 개막식 사전 리셉션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 외에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모두 모인 자리인 만큼 메시지의 무게감은 대단히 묵직할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모멘텀을 살려나가자는 점을 역설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대화국면으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6자회담 당사국이었던 각국이 적극적으로 대화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자고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 이에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대응하는 데 방점을 찍는 미일, 그리고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한중의 입장을 고려해 균형잡히면서 감동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개막식 사전 리셉션에 앞서 열리는 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다. 북한의 유화적 태도에 경계심을 드러낸 아베 총리는 한미일 ‘압박 공조’를 강조하고 우리 정부의 대화중시 노선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펜스 부통령과의 만찬회동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대화국면 전환을 위한 일본 측의 전향적 협력을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 취임 후 세 번째인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위안부합의’의 효력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면담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남북관계 개선 기조와 북핵해결을 위한 대화국면 조성에 있어 중요한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오찬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관련한 유엔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할 확률이 높다.
방한 중인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날 CBS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15분’ 녹화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협상의 필요성을 모두가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강경파가 승리하지 못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한 만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북 해빙 무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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