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비리 공직배제’ 원칙에 배치된다 논란에 부담
청와대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시인한 것을 두고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고민스럽다”면서 “총리 지명을 이르게 하다 보니 본인도 몰랐고 우리도 몰랐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인사 원칙과 배치되는 점들이 드러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병역면탈·부동산 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밝혀진 장녀의 위장전입 문제 등을 미리 공개하고,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능력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진정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경우 이런 과정이 없었던 탓에 문 대통령이 밝힌 ‘5대 인사 원칙’ 위배 여부가 논란이 된다.
아직 대다수 장관 인선이 남은 상황에서 불거진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은 청와대의 고민에 무게를 더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 후보자의 신상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사전에 공개하자고 하지만 위장전입 같은 문제가 있을 때 (이에 대처하는) 세부적 기준을 만들지 등이 고민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인사 원칙에 위배되는 점이 있을 때 이를 어느 선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후보자는 장녀의 위장전입 문제를 상쇄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여론이 이를 계속 받아들일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이 관계자가 ‘5대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보면 되는가’라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무 자르듯이 (원칙이) 무너졌다, 아니다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예외적인 상황은 먼저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원칙을 고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장·차관 인사 등에 속도가 나지 않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애초 이번 주 안으로 두 차례에 걸쳐 차관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 발표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증을 하다 보면 병목현상이 있는데, 확인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면서 ”아침 상황점검 회의에서 인사수석도 죄송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내각 인선 발표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관 먼저 발표하고 장관을 발표하는 등의 순서는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장관 인사가 먼저 발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새 정권이 출범한 지 보름을 넘어가면서 인사 지연을 바라보는 여론의 피로도가 쌓이면 야당의 공세가 본격화하는 등 ‘준비된 정권교체’를 외쳐 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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