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절차 끝났지만 국무회의에 안건 상정하지 않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일 지정을 미루면서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 서울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늘 국무회의에 대통령 선거일 지정 안건은 없었다”며 “대통령 선거일 지정은 법정기한인 3월 20일 이전에 이루어질 것이고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이날 대통령 선거일을 지정하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행정자치부가 준비 작업을 모두 마쳐 안건을 상정하기만 하면 선거일이 지정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역시 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 위한 작업을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대선일이 사실상 5월 9일로 확정된 상황에서 대선일 지정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국무회의에 안건을 올리는 문제를 놓고 전날 밤늦게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안건 상정을 미룬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깊은 고심에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일을 지정하는 날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도 밝힐 가능성이 큰 만큼 최종적인 결심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안건 상정을 미룬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불출마를 결정했다면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3월 10일 탄핵심판 이후에도 사흘 동안 별다른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아 장고(長考)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일 지정을 미루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황교안 총리가 본인 출마 여부를 고민하느라 대선일정을 안 잡고 있다면 우스운 일”이라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대선일정을 확정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황 권한대행의 출마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아 결국은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황 권한대행의 입장 발표가 지연되거나 혹은 대선에 출마하는 경우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황 권한대행이 반대로 국정 불확실성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2인자인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황 권한대행 측은 “날짜 지정이 늦어지는 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결단 여부와 관계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행자부에서 실무 준비가 됐다고 해도 관련 부처 의견을 들은 뒤 국무회의 또는 임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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