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회의 불참시 세비 삭감 등 흐지부지
제20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여야간 특권 내려놓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과 일부 의원들의 가족 보좌진 채용 등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사건이 터지자 이에 놀란 여야가 앞다퉈 자정 작업에 나선 것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자칫 밀리면 구태 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더해지면서 당장에라도 입법화할 태세다.
그러나 여야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움켜쥔 특권을 대폭 내려놔야 하지만 과거 사례를 봐도 제 머리를 깎기는 요원해 보인다.
실제 여야의 개혁 경쟁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이번처럼 정치인 비리 의혹이 불거지거나 총선·대선과 같은 주요 선거를 앞둔 국면에서는 어김없이 벌어졌던 일이다.
또 불체포특권 포기, ‘무노동 무임금’, 의사일정 합의가 필요 없는 ‘캘린더 국회’ 만들기 등 현재 개혁안이라고 나온 것도 과거 모두 한두 번쯤은 법안 제출까지 이뤄졌던 조치들이다.
지난 19대 국회만 해도 새누리당은 현재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와 이름도 비슷한 보수대혁신특위를 구성해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체포동의안 자동폐기 조항 폐지,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금지, 국회 윤리특위 강화 등이 특위안으로 의결돼 의원총회까지 거쳤으나 제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당시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관련 법 개정은 기정사실로 되는 듯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새누리당이 보수혁신특위를 구성한 시기에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역시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구성해 ‘체포동의안 표결 의무화’, 무단결석 의원 세비 삭감 등을 내놓고 경쟁을 벌였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여야가 모처럼 혁신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앞서 2014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국회의원 특권방지법’ 제정과 국회 윤리감독위원회 설치를 공식 제안했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국회의원을 유권자가 직접 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담고 있지만, 논의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도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불체포특권·면책특권 제한, 국회의원 세비 심의회 설치 등을 제안했지만, 여전히 개혁 과제로 남아 있다.
이밖에 국회 공회전의 주범인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없애기 위해 본회의나 상임위 개최 일정을 사전에 정하는 ‘캘린더 국회’도 10년 넘게 논의만 될 뿐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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