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골적 병진노선’, 中 ‘경고 미약’…대북제재 이완 우려

北 ‘노골적 병진노선’, 中 ‘경고 미약’…대북제재 이완 우려

입력 2016-06-02 13:24
수정 2016-06-0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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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비핵화 직접언급 안해…北 “병진노선 추호도 변함없다” 北 제재탈피 기도에도 美 ‘北자금세탁우려’ 조치로 제재 세질 듯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한 북중대화 시동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자금세탁 우려국 지정’ 등 대북제재 국면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 부위원장 간의 지난 1일 면담에서 중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메시지 강도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반면, 북측은 시 주석의 면전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해 추호의 변함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북한의 오판을 강화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북중 양국으로부터 공개된 내용을 보면, 시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 ‘비핵화’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는 언급으로 중국의 ‘한반도 3원칙’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 비핵화’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3월 말 미국 워싱턴서의 핵안보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명확히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언급했던 것과는 뚜렷하게 차이가 있다.

시 주석은 ‘냉정과 자제 유지’를 언급했지만 지난 4월 ‘제5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 회의 축사에서 “중국은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비교해 상당히 수위를 낮췄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남중국해 등에서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염두에 두고 ‘대북제재 대오’에서 이탈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약을 조절하며 북한 카드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병진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리 부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면담에서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새로운 병진노선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7차 당대회를 설명하면서 시 주석의 면전에서 북한의 병진노선을 사실상 재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에서 북측은 더 나아가 시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것에 대해 열렬한 축하를 했다고 전하면서 마치 중국이 병진노선을 용인한 것처럼 연출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중국이 북측과 대화에 시동을 걸면서 한미일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북스탠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계속돼야 하고, 대화를 위한 대화가 돼서는 안 된다는 강조한 것도 북중대화를 계기로 한 일각의 대북제재 전선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전날 도쿄에서 회동, 강한 압박 필요성을 재확인 것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일 “중국의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안보리 결의 동참 의지로 현재의 제재국면에서 제재 자체가 이완되거나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재 분위기가 흐려지는 상황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중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을 ‘자금세탁 주요 우려 대상 국가’로 지정하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그동안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를 강조해온 중국이 ‘대화 재개’ 목소리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있고, 미국이 중국이 반대해온 독자적 대북제재를, 그것도 가장 강력한 제재를 취함으로써 미중간 갈등과 긴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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