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무소속 출마로 ‘옛날 동지가 선거 적수로’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20대 총선 후보 명단을 확정 지은 가운데 치열한 ‘공천 내전’으로 인해 본선 판세까지 흔들리는 지역구가 속출했다.총선의 기본 대진표는 ‘여야 대결’이지만 지역구에 따라선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이 ‘친정’ 후보와 대결을 펼치거나 당의 무공천으로 ‘측면 지원’을 받는 곳도 생긴 데 따른 것이다.
◇무소속 된 與중진, 탈당 동료 만난 與신인 = 서울 은평을의 경우 현역인 비박(비박근혜)계 5선의 이재오 의원이 컷오프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다만 새누리당이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은 무공천을 결정한 만큼 ‘친정’ 후보와 싸울 일은 없어져 결과적으로 ‘측면 지원’을 받는 셈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강병원 후보가, 국민의당에선 더민주 지역위원장이었던 고연호 후보가, 정의당은 김제남 후보가 출마했다.
이 의원 입장에선 ‘야권표 분산’이라는 호재를 만났지만 ‘야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외로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돼 6선 등정을 위해선 험로가 불가피하다.
서울 마포갑의 경우 새누리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외부에서 명망가로 영입해 단수후보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마포갑은 현역인 더민주 노웅래 의원의 지지율이 견조한데다 공천심사에 반발한 새누리당 강승규 전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여권표 분산이 안 후보에게는 최대 걸림돌이 됐다.
대구 수성을에선 현역인 새누리당 출신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 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새누리당은 이 지역을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해 경북도 경제부지사 출신 이인선 후보를 내세웠다.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주 의원이 인지도 측면에서 이 후보를 앞설 수 있지만, ‘새누리당’이란 간판이 표심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여당 텃밭 지역이기도 해서 더민주 정기철 후보까지 가세한 본선 승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막말 파문’으로 새누리당 출신 현역 의원이 컷오프된 인천 남구을은 사실상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새누리당에선 현역 윤상현 의원을 공천 배제한 대신 김정심 인천시당 여성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이 의도적으로 무소속 출마한 윤 의원보다 경쟁력과 지명도가 열세인 후보를 선정해 우회적으로 윤 의원을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야권에서는 더민주와 정의당이 ‘야권연대’에 합의하면서 정의당 김성진 후보가 출마키로 했고, 연대에 참여치 않는 국민의당에선 안귀옥 후보가 출마해 결과적으로는 여야 4파전의 혼전을 치르게 됐다.
◇ 통합 실패로 ‘일여다야’ 놓인 야권 = 더민주가 6선 의원이자 ‘친노(친노무현) 좌장’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공천배제하면서 세종시 선거판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는 “정략적 의도의 공천배제”라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고, 더민주는 사법부 개혁론자 문흥수 변호사를 공천하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당은 구성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후보로 냈다.
새누리당에선 박종준 전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 홀로 나서 야권표가 분산되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더민주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3선 강기정 의원이 사실상 공천배제된 광주 북갑 지역은 ‘야권 심장부’인만큼 김상곤 전 당 혁신위원장이 후보로 거론되는 등 관심이 쏠렸으나 37세 정준호 변호사가 발탁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에선 후보를 내지 않았고, 국민의당에선 김경진 변호사가 나서 야권 변호사 간 매치가 성사됐다.
서울 마포을은 더민주 정청래 의원이 공천배제되면서 지지자들이 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등 후유증이 있었지만 정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당은 정 의원 구명에 나섰던 손혜원 당 홍보위원장을 후보로 냈다.
국민의당 김철 전 청와대 비서실 정무보좌관, 손 위원장 공천에 반발해 더민주를 탈당한 무소속 정명수 후보, 정의당 배준호 후보 등도 야권 후보로 나서 새누리당 김성동 전 의원과 맞서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됐다.
호남 ‘정치 1번지’ 목포는 현역인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지난 2월에야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 무죄 판결을 받은데다 국민의당 입당 후 뒤늦게 레이스에 합류한 틈을 타 많은 여야 주자가 선거에 뛰어들어 결과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박석만 후보가 나섰고, 야권에선 4선을 노리는 박 의원 외에 더민주 조상기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정의당 문보현 정책연구위원, 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 등이 나서 ‘세대교체론’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들 간 연합전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