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예방형식 추진했으나 성사 직전 내부이견 불발” 영남개혁세력 복원 취지…서거·창당 60년 맞물려 재평가 본격화 재평가 과정서 당내 계파 따라 온도차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9월 민주당 창당 60주년을 계기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에 시동을 걸었으나 ‘YS 끌어안기’ 시도는 이미 지난 대선 당시 구체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24일 알려졌다.김 전 대통령을 ‘뿌리가 같은 지도자’로 규정하면서 이런 인식을 토대로 영남 민주개혁 세력을 복원하자는 취지로, 서거 정국 이후 이런 흐름이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특히 이는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겨냥, 지지층 영역을 넓히기 위한 ‘동진’(東進) 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PK(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영남, 이념적으로는 중도와 합리적 보수까지 그 시선이 향해 있다. 문 대표를 중심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고수하는 것도 이를 통한 전국 정당화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측은 김 전 대통령의 문 대표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경남중고교 선후배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상도동을 예방해 그 자리에서 YS가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형식의 지지 선언이 성사 단계까지 갔었으나 오히려 우리쪽 내부의 이견으로 불발됐다”고 말했다.
자칫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YS 시계’ 파동이 재현되면서 전통적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김 전 대통령과 결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02년 상도동을 방문, 과거 김 전 대통령이 선물한 손목시계를 보이면서 “장롱 안에 넣어뒀었는데 지나고 보니 내 생각만 맞는 것 같지는 않다”며 우호적 태도를 보였지만 역풍에 부딪힌 바 있다.
대신 문 대표는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김덕룡 당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문정수 전 부산시장, 최기선 전 인천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 그리고 이신범 박희부 전 의원 등 일부 상도동계 인사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었다.
문민정부 시절 신한국당을 이끌었던 강삼재 전 사무총장도 문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도 당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번 선거는 민주세력이 이겨야 한다”며 사실상 문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한 관계자는 “독립운동 후예와 민주화운동 후예, 상도동과 동교동의 후예 등 한국현대사의 큰 틀에서 민주화개혁세력을 복원해야 한다는 게 문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6월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전 대통령을 ‘조용히’ 병문안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말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옆에 있던 현철씨가 “격려해주시라”, “덕담 한마디 해주시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문 대표의 손을 꼭 잡고 악수를 힘있게 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는 문병 사실을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다가 지난달 구기동 자택으로 당직자들을 초청, 만찬을 한 자리에서 뒤늦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은 내달 하순께 펴낼 ‘창당 60년사’에서 40대 기수론 주창, 신민당 총재로서의 활동 등 3당 합당 이전 시점까지 김 전 대통령의 활약상을 담기로 하는 등 재평가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가 지난 9월 창당 60주년 기념식에서는 김 전 대통령 인터뷰를 추진했으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성사되진 못했다.
문민정부에 대해 직접적 평가는 안 하더라도 “YS정부의 금융실명제, 역사바로세우기 등 개혁과 역사인식에 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후퇴했다”는 기조로 우회 평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당 합당 이전까지 YS는 분명히 우리 역사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기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이 중앙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좌·우측 하단에 각각 배치된 배경막이 국회 당 대표실에 걸렸다가 일부의 항의로 곧바로 배경막을 바꾼 해프닝에서 보듯, 김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은 여전히 복잡한 측면이 없지 않아 향후 재평가 과정 등에서 온도차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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