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책임’ 회피는 국제적 인식과 배치 지적…결단 촉구아베에게 “해결책 키는 당신 손에” 상기시킨 측면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정서’를 거론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결단을 촉구한 것은 군위안부가 보편적 여성 인권 문제라는 국제적 공감대를 다시금 환기함으로써 일본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박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를 비롯, 아시아태평양 뉴스통신사기구(OANA) 소속 회원사 등 8개 뉴스통신사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자꾸 끌고 가는 것은 세계적인 정서와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끈질기게 피해가려는 일본의 태도는 국제사회의 인식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지난 2일 한일 정상이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한 직후부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법적 책임이 종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부쩍 거론하고 있다.
자신들의 기본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을 국내 여론에 알리고, 자국에 유리한 협상 구도를 만들려는 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의 책임 문제는 한일간 위안부 협상의 진전을 가장 어렵게 하는 핵심 쟁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문제를 인정하라”며 협상의 ‘가시적인 진전’을 촉구한 것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본질로 돌아와 ‘결자해지’의 성실한 협상 태도를 보이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전시에 발생한 여성인권 침해로, 국가가 관여한 반(反)인도적 불법행위라는 입장이다.
위안부 문제의 이런 성격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에 해당한다.
유엔은 쿠마라스와미(1996·2003년) 및 맥두걸(1998년) 보고서 등을 통해 일본의 법적 책임을 지적했고, 지난해에는 유엔의 인권 수장인 나비 필레이 당시 인권최고대표가 성명을 내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본이 위안부 동원에 대한 국가적 관여를 인정하고, 여기에 기반한 사죄와 배·보상 등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는 결단’도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해법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이례적으로 직접 거론하면서 결단을 촉구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미 양국이 10차례에 걸친 국장급 협의를 통해 실무진 간 교섭을 진행해온 만큼, 이제는 양측 최고위층의 결단이 필요한 국면이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나오느냐는 사실상 아베 총리에게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아베 총리의 결정이 협상 진전에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상기시킨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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