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새나가면 안된다”… 靑·통일부 철통 보안

“협상 새나가면 안된다”… 靑·통일부 철통 보안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5-08-24 23:10
수정 2015-08-2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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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사 한 글자가 자칫 협상에 타격… “현 상황 심각” 회담내용 질문에 ‘자물쇠’

남북이 23일에 이어 24일에도 고위급 접촉을 통해 마라톤 밤샘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협상과 관련한 사항이 외부로 흘러나오지 않을 정도로 청와대와 통일부 등은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진전이 조금 있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대한 진전인지 등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보안 분위기는 민경욱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민 대변인은 고위급 접촉 진행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남북 고위급 대표가 엄중한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 속에서 장시간 팽팽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기사 한 글자가 협상에 실시간으로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추측 보도는 삼가 달라”면서 “남북 접촉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 와중에도 비무장지대(DMZ)에 포병전력을 2배 이상 늘리고 잠수함 50여척을 기동시키는 등 대화와 위협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자칫 언론에 협상 내용이 유출될 경우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이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22일과 23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회담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고위급 접촉 대표로 참가하고 있는 통일부 역시 회담 내용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입을 닫았다. 남북회담본부장을 비롯해 주요 간부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실시간으로 고위급 접촉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기자들의 전화는 물론 문의에도 손사래를 쳤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엄중한 분위기인데 함부로 협상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협상 상황을 여야 정치권과 국민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미국과 회담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데 정부를 지원해야 할 정치권은 까마득하게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남북 협상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박지원 의원은 “정부도 북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보안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철통보안을 옹호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5-08-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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