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일 아니다” 초강수… ‘사과 수위’ 막판 협상 변수로

“물러설 일 아니다” 초강수… ‘사과 수위’ 막판 협상 변수로

이지운 기자
입력 2015-08-24 23:10
수정 2015-08-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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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대북 강경 발언 안팎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의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주요한 사안”이며 “이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확성기 방송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한 것은 사흘째 진행 중인 협상에서 ‘사과와 확성기’가 최대 쟁점이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의 가이드라인을 대내외에 분명히 공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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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게…
단호하게…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매번 반복된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회담이 이 지점에서 교착돼 있었다면 이산가족 상봉,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DMZ 생태평화공원,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다른 의제들은 사실상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결국, 북한 대표단은 ‘최고 존엄’을 사수하기 위한 절박한 상황에서 회담장에 나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역산해볼 때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한 것도, 지지부진한 협상 중에도 과거와 달리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다.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남북 양측의 인식 차가 좁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은 이런 상황을 ‘우호적으로’ 압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라면 이번 남북 접촉은 적어도 북 대표단이 자리를 뜨기 전까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은 반드시 최고 존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역시 어렵사리 깔린 멍석을 먼저 떠날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대로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받아내야 한다. 이럴 때 문제는 ‘사과의 수위’로 좁혀진다. 앞으로 남북 협상대표는 이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회담장을 뜬다면,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최고 존엄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북은, 다른 방식으로 그에 준하는 성과를 거두려 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주요 참모들은 이 숨막히는 협상을 회담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지시를 내리고 있으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역시 협상을 총지휘하고 있다.

이날 남북 협상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예상과 달리 길지 않았다. ‘사과와 재발 방지가 중요하고, 물러설 일이 아니며 확성기 방송도 유지될 것’ 등 단 세 문장이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군을 신뢰할 것과 단결을 강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군의 사기와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은 국민의 안위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면서 정치권에 협조를 당부했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현 상황에서 국민적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태 악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비장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물론 북에 대해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무형의 시위’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나머지 시간에 대부분 경제와 노동개혁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일상으로 되돌아와도 될 만큼의 자신감을 내보인 것인 동시에, 일상의 현안이 그만큼 시급함을 국민들에게 알린 것이기도 하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2015-08-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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