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준위 해체 않으면 상종 안해”…대화 걸림돌 가능성
북한이 예상대로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민간부위원장의 ‘흡수통일’ 발언 논란을 강력 비난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남북관계가 더 꼬이는 분위기다.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14일 대변인 담화에서 정 부위원장의 발언을 비난하며 통준위 해체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한 강연회에서 “체제통일만 연구하는 팀이 위원회 가운데 따로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12일 “흡수통일 준비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도 15일 “우리 정부는 북한이 주장하는 흡수통일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범 때부터 통준위를 ‘체제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해 왔던 북한은 정 부위원장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남한의 속내가 드러났다며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태세다.
조평통은 특히 통준위를 해체하지 않으면 “현 남조선 당국과 상종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앞으로 남북 당국간 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 연습이 종료되는 다음 달 말 이후 남북이 ‘6·15 15주년’과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본격적인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왔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문제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2013년에도 북한이 ‘남조선 당국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곧바로 회담이 열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3년 6월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무산된 직후 북한이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금 우리 군대와 인민은 무뢰한들과 더 이상 상종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7월에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열렸었다.
일각에서는 정종욱 부위원장이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 간에 관련 행사를 논의할 때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감도 제기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번 흡수통일 논란을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소재로 활용하며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