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뒤로 숨는 野의 우유부단

국민 뒤로 숨는 野의 우유부단

강병철 기자
강병철 기자
입력 2015-02-14 00:02
수정 2015-02-14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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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본회의 처리’ 합의 하루 만에, 문재인 “여론조사로” 與 “국정 발목”…갤럽 “李 부적합” 41% “적합” 29%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가부와 처리 시점을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여야 공동 여론조사로 이 후보자의 인준을 묻자”고 청와대와 여당에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당혹감을 표하며 문 대표 발언의 배경을 파악하는 데 부심했다. 새누리당은 “대의정치를 무시한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여론조사 제안을 즉각 거부하며 “16일 본회의 처리가 당초 여야 합의대로 추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하자 문 대표가 “16일 합의된 일정은 본회의일 뿐 총리 인준은 합의한 바 없다”면서 “덮어씌우지 말라”고 맞받아치는 등 여야 지도부 간 전선이 형성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격 사유가 많은 이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당의 입장이 곤혹스럽다”면서 “우리의 주장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여긴다면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여야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해 볼 것을 청와대와 여당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여당이 야당보다 1명 더 많다는 수적 우세를 이용해 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면서 “여론을 무시한 다수당의 횡포를 지적하고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갤럽이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후보자의 총리 적합성’ 조사에서 ‘부적합’(41%)이 ‘적합’(29%)보다 12% 포인트 높게 나타나는 등 이 후보자에게 불리한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총리 지명 직후인 지난달 말 한국갤럽 조사에 비해 ‘적합’은 10% 포인트 줄고 ‘부적합’은 21% 포인트 늘었다.

청와대는 문 대표 발언의 파장을 예의 주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를 여론조사로 정한다니, 대통령도 여론조사로 뽑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여론조사를 언급한 것은 국정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헌법상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결정 사항”이라면서 “이를 배제하고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것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도록 한 것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적합, 부적합을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하면 뭐라고 답할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정치 지도자라면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일 의원도 “대선 후보를 지낸 야당 대표가 너무 가볍게 처신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5-02-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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