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최고위서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반대표명 논란 재점화
“호남을 잡자니 충청이 울고, 충청을 잡자니 호남이 울고…”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호남과 충청권 지지층간 잇단 이해관계 충돌로 딜레마에 빠졌다.
차기 당권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꺼내든 ‘호남 총리론’ 발언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당 소속 윤장현 광주시장이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 방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석상에서 재점화시키면서다.
새정치연합으로선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과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중원’인 충청 어느쪽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여서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황”이라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이다.
윤 시장은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눈물 젖은 호남선’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고속철이 아니라 저속철이 된다”면서 “당초 계획된 노선으로 운행되게 당 차원에서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호남인이 분노하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지역정서에 호소했다.
지도부가 지방정부와의 유기적 관계를 강화하려고 정기적으로 광역단체장을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 회의에 부르고 있는데 따른 참석이었지만, 때가 때인지라 그 발언을 놓고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충남 출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한 문 후보의 ‘호남 총리론’ 발언을 두고 새누리당 충청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역 편가르기 발언”이라며 맹공, 충청권에서 동요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충청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가 불거졌다는 점에서다.
한 충청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고속철의 경우 충청권 내에서도 대전과 충남·북간 입장이 엇갈려 호남과 충청 전체의 대결구도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여권이 일련의 상황을 지렛대로 지역감정을 부추겨 90년대의 ‘충청 핫바지론’ 을 재점화하는 쪽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당내에서는 다가올 양대 선거인 총·대선을 앞두고 여권 등 보수 진영이 충청과 호남의 균열을 부추기며 야권 지지층내 틈새 벌리기를 시도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실제 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비공개로 올린 호남고속철 관련 보고서에서 “서대전역 경유 주장과 반대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분열주의자들에 의해 이용 당하지 말고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교통량과 유동인구를 감안, 운행횟수의 합리적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패러디, ‘약무충청 시무호남’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양대 선거를 앞두고 충청-호남간 이간질 세력의 편승이 우려된다”며 “지역이해가 아닌 국가전략, 지방화전략에 따른 대국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남, 충청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야당의 경우 양 지역간 대립이 격화될 수록 ‘뺄셈정치’로 갈 수밖에 없는 모순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계하며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지역간 갈등 국면 속에서도 객관적 자료를 통한 조정 능력 없이 수수방관하며 책임회피성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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