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러시아서 ‘한반도 빅이벤트’?…외교변수는 美·中

5월 러시아서 ‘한반도 빅이벤트’?…외교변수는 美·中

입력 2015-01-22 13:23
수정 2015-01-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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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불참시 朴대통령만 참석하는 건 외교적 부담北·러시아도 중국과의 관계 고려 필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는 5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상 첫 해외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행사 개최국인 러시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이미 초청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22일 민경욱 대변인 브리핑)는 입장이어서 아직은 가타부타 회담 가능성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박 대통령의 모스크바행이 확정되고, 또 해외에서 첫 남북정상간 만남이 이뤄지기까지에는 남북만이 아니라 주변국을 둘러싼 여러 외교적 변수가 많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입장, 美·러시아 관계 변수 = 우선 가장 크게 외교적으로 고려돼야 할 변수는 미국의 입장이라는게 정부내 대체적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취해진 대(對)러시아 제재로 미국과 러시아간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나라가 러시아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한국을 찾은 미국 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모든 파트너들이 동참해 러시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를 확실히 희망한다”면서 우리나라에도 제재 동참을 압박했다.

이른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국정과제로 채택한 정부는 별도의 양자 제재를 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 적극적인 교류는 현재 자제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지난해 동북아평화협력포럼을 개최하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에는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사전 설명회를 하면서도 러시아에는 별도로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 행사에 자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외교적 여건과 관련, “10년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남북정상 만남 무대가 ‘승전 행사장’? = 또 박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만나는 장소가 ‘전쟁승리’를 기념하는 2차 대전 승전 행사장이 될 필요가 있겠느냐는 외교적 판단도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른 다자 정상회의와는 달리 그 성격상 승전 기념행사는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과 러시아 군(軍)의 행진 등을 보는 것이 초점이 되기 때문이다.

2005년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던 한 정부 고위소식통은 “행사의 성격상 정상들이 꼭 가고 싶어하는 행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 내에서는 만약 남북 정상간 만남이 성사돼도 그 무대가 러시아 모스크바인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 많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설사 김정은이 모스크바에 간다고 해도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남북 정상회담을 거기서 해서 러시아에 힘을 실어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北도 ‘모스크바행’ 최종 결정때 中변수 고려할 듯 = 우리 입장에서 미국이 고려 요소라면 북한은 중국이 변수다. 먼저 중국을 방문한 뒤 러시아를 찾았던 과거의 전통적 정상 방문 패턴을 버리고 이번에는 러시아를 먼저 찾을 것인지 북한도 선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북한이 러시아와 상대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가 중국이 기존에 해 왔던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이 러시아 방문에 앞서 중국 방문을 시도하거나 중국 방문이 어려우면 러시아 방문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 관계도 고려할 요소다. 유가 하락으로 중국과의 경제 협력 및 지원이 중요한 상황에서 중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러시아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에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외교적으로 고립된 러시아가 핵과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판을 받는 북한과 긴밀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러시아로서는 크게 득이 될 것은 없다는 말도 많다.

이런 차원에서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을 결정하고 북한과 러시아가 방문 형식과 일정 등을 논의할 때 양측간 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월 모스크바의 첫 남북정상 만남 성사 여부는 여러 외교 변수까지 고려한 고차방정식이 풀려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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