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5·24 대화해법 제시…대북기조 큰틀 정리

朴대통령, 5·24 대화해법 제시…대북기조 큰틀 정리

입력 2014-10-13 00:00
수정 2014-10-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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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하루전 남북관계 입장표명…”전쟁 중에도 대화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포괄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에 대해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전향적인 제안을 던졌다.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차 14일 출국하기에 앞서 최근 북한 실세 3인방의 방남을 계기로 어렵사리 조성된 남북대화 무드를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고위급 접촉을 관계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 핫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 책임있는 자세로 진정성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대북전단에 대한 고사총 발사 등 북한이 잇따라 도발을 감행했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북한이 대화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깨자는 차원은 아니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5·24 조치 문제도 제2차 고위급 접촉 의제에 올려놓고 대화를 나눠보자는 제안을 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5·24 조치를 언급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적극적으로 대화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준비위 회의라는 자리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5.24 조치가 남북대화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는데 최대 장애물로 인식돼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박 대통령이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 “기구(대북전단) 소멸 전투가 시작됐다”며 긴장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5.24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출국을 앞둔 박 대통령이 5.24조치 대화를 제의하고 이후 북한 반응을 살펴본 뒤 정부내 조율을 거쳐 청와대 국가안보실 명의로 제2차 고위급 접촉의 구체적 일정을 북한에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박 대통령이 “남북한이 책임있는 자세로 진정성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강조해온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비롯해 북핵 불용, 북한인권 개선 등과 관련해 ‘대화 지상주의’에 젖어 우리 입장을 원칙없이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점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대화와 도발 등 이중행태를 보이는 북한과 이에 일희일비 하는 남한의 반응에 대해 “남북관계는 늘 이렇게 이중적 모습을 보여왔다”며 “섣부른 판단으로 남북관계 환경을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남북관계가 금방이라도 개선될 듯 대화 지상주의로 나가서도 안 되며, 북한 도발로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는 신중론을 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박 대통령의 현실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이날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배경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한의 대북전단 사격을 ‘휴전선에서의 총격 사건’으로 지칭하며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진 않았다.

이는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제약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지난 3월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명확한 법적 근거없이 제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한에 보낸 바 있다.

따라서 통일부가 이날 “필요시 안전조치를 할 수 있다”며 전단살포 제한방침을 시사했지만, 민간단체가 비공개적으로 살포를 이어가고, 북한이 계속해서 반발할 경우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가로막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주철기 수석은 “대북전단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특별한 배경은 없다”며 “총괄적으로 북한도발 행위에 단호히 대처한다는 기본원칙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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