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인재풀·강화된 검증·청문제 개선 결합돼야 해소가능 지적도
정치권에서 총리 후보자가 연달아 중도하차 한 후 거짓말처럼 떠돌던 ‘정홍원 유임설’이 26일 현실화하면서 고위공직자 ‘기근’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청와대는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임명되기 전에도 3∼4명의 인물을 물밑에서 타진했으나 고사하거나 사전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박근혜 정부 출범 시 조각 명단에 포함됐던 김병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진 각종 의혹을 견뎌내지 못하고 낙마한 뒤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자 유임된 경우다. 그래서 김 장관은 매우 드물게 두 정부에 걸쳐 국방장관을 했고, 새 국방장관이 임명되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까지 한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고위공직자를 성직자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정 총리가 현 정부 마지막 총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반추해 볼 때 하소연으로만 그칠 얘기는 아닌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 비서실장을 비롯한 몇몇 청와대 수석비서관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인사검증시스템의 문제와 함께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식 검증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그럴듯한 ‘카더라 통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면서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또 이번에 7·30 재보선처럼 정치권에 큰 선거라도 앞두고 있으면 여야의 기싸움이 가열되면서 인사청문회의 벽은 더욱 높아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이 ‘청문회제도개선TF(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하고, 도덕성은 비공개로, 업무능력은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대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 회동 내용을 언급하며 “좋은 분은 인사청문회를 겁내서 아예 손사래를 치고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분을 내놓을 수 없는 인사권의 한계를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고도의 압축 성장기에서 현재 고위 공직 인재풀에 있는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산형성, 병역, 논문 등에서 한두 가지 흠결을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점도 있다.
요컨대 사람은 과거 그대로인데 검증 잣대만 ‘최신형’으로 바꾸다 보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쉽사리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크고 작은 흠결이 있더라도 인재를 널리 구해 쓰다보면 여론과 청문회의 검증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결국 최근 발생한 총리 후보자의 연쇄낙마를 통해 번지고 있는 고위공직 ‘검증 포비아(검증 공포)’를 해소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의 폭넓은 용인술, 청와대의 강화된 검증, 청문제도의 일부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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