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개혁·특검 살리기 부심…계파갈등 재연 조짐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세력이 대선 1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재결집, 전면에 나서면서 김한길 대표의 ‘속병’이 깊어지고 있다.문 의원과 친노를 향한 여권의 파상공격이 이어지면서 대여전선이 흐트러지는데다 이들에 가려 연말 정국을 진두지휘하는 김 대표의 구심점이 약화되는 양상이 연출되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한길 대표가 안 보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김 대표 등 지도부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날 노무현재단 송년회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과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국가전복음모사건’을 “동종의 사건”으로 규정, 논란을 빚자 적잖이 곤혹스러워했다.
양승조 장하나 의원의 ‘발언 파문’이 가까스로 수그러들만하자 이번에는 ‘친노발(發) 악재’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은 ‘외부인’이긴 하지만, 친노 내에서 갖는 그의 상징성으로 인해 민주당이 ‘유탄’을 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 가뜩이나 어렵사리 가동에 들어간 국정원개혁특위가 예기치 않은 ‘장성택 변수’ 등으로 암초를 만난데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카드’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등 ‘엎친 데 덮친격’이 됐다.
”직을 걸겠다”며 배수의 진까지 쳤던 김 대표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 개혁과 특검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책임론이 재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가 지난 주말 일체의 외부일정 없이 정국 구상에 들어간 것도 고민의 깊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관계자는 “여러가지로 ‘벙어리 냉가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1주년을 맞은 정국상황을 진단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할 ‘대한민국 호(號)’가 정쟁의 암초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도 여권 뿐 아니라 친노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었다.
지도부 일각에선 문 의원과 친노 진영의 최근 행보를 놓고 “내년 지방선거와 그 이후를 겨냥한 지도부 흔들기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자칫 당내 계파갈등이 재연될 수 있는 지점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작업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친노의 전면적 세결집이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이자 ‘반노(반노무현) 정서’가 강한 호남에서 친노와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 중진 의원은 “친노의 ‘반성없는’ 정치활동은 결국 민주당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친노 재결집 주장에 대해 문 의원의 대변인격인 윤호중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 “대선 1년이라는 계기 때문이지 따로 결집하고 이럴 일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친노를 향한 여권의 비판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이나 청와대 쪽에서 불편함을 토로하기 전에 대선에서의 부정선거에 대해 담백하게 접근한다면 오히려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