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염두 가능성도…케네스 배는 외교적 카드로 활용 전망
북한이 7일 미국인 메릴 뉴먼(85) 씨를 추방한 것은 억류가 더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북한이 지난달 30일 뉴먼 씨가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며 사죄문 전문을 공개한 뒤 그가 석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실제로 일주일 만에 추방 조치가 취해졌다.
북한으로서는 뉴먼 씨를 장기간 억류하며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카드로 쓰기에는 부담이 크다.
1년 넘게 케네스 배(45·한국명 배준호) 씨를 억류하고 있는데 또 다른 미국인 뉴먼 씨까지 체포해 국제적 비난이 커지는 상황이다.
북미관계의 답보상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뉴먼 씨는 북한에 시간이 지날수록 골치 아픈 존재였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뉴먼 씨가 85세로 고령이라는 점은 큰 고민거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중앙통신도 뉴먼 씨를 억류 42일 만에 추방한 배경과 관련해 “그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뉴먼 씨는 심장 질환도 앓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의 가족들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북한 외무성에 심장약을 보내기도 했다.
자칫 뉴먼 씨가 북한에서 억류 중 사망하거나 병이 심각해지면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뉴먼 씨 가족들은 최근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지난달 30일 평양 양각도 호텔에 있는 뉴먼 씨를 방문한 사실을 전하며 “메릴은 좋은 대접을 받고 있고 음식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뉴먼 씨를 추방한 것은 고령자를 억류하는 데 따른 부담과 국제적으로 인도주의적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관광객 신분으로 입국한 뉴먼씨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북한이 주력하는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뉴먼 씨의 추방은 향후 북미관계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조치’를 둘러싸고 맞서며 북핵 6자회담이 공전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오후 성명에서 “메릴 뉴먼 씨가 북한을 떠나 가족과 재회하도록 허용된 데 대해 기쁘다”고 환영하며 케네스 배 씨에 대한 석방도 촉구했다.
북한이 뉴먼 씨만 추방해 배 씨를 아직 북미협상을 위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뉴먼 씨를 추방함으로써 배 씨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태도를 끌어내려는 계산이 내포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먼 씨 추방은 북한이 북미관계에서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간접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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