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만 기다릴 수 없다” 간접 압박 메시지 해석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활발한 경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김정은 체제 들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북한의 개방 움직임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지난 16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했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경제특구 개발을 위한 민간단체인 조선경제개발협회도 발표했다.
그 하루 전에는 북한 청년친선대표단 100명이 산업현장 등에 대한 시찰을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21일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된 뒤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은 국면에서 나왔다.
심지어 북한은 최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각종 기관을 동원해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며 대남 비난공세를 강화해왔다.
국제사회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외정책은 외부 여건이 괜찮을 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지만 최근 북한 움직임은 남북관계 개선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북한은 지난 6월 5일 조선중앙통신으로 각지에 경제특구를 개발하는 내용의 경제개발구법이 제정된 사실을 발표했고, 다음 날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한반도 긴장의 완화를 위한 대화를 전격 제의하는 시점에 맞춰 경제개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3월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개발구 설치를 강조한 뒤 이를 뒷받침할 경제기구를 발표할 시점도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지난 16일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설치 발표는 남북관계 경색에 상관없이 경제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비롯한 전반적인 남북협력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식대로 가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내부적으로도 주민을 위한 경제 개발에 집중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민심을 다질 필요성이 크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최근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발표한 것은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더라도 전방위적으로 다른 국가와 경제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의지를 보여주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남한의 대북정책 변화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의도라는 견해도 있다.
김정은 정권은 표면적으로 경제 개발에 일종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남한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국 중심의 경제협력에 힘쓰고 있지만 손잡기 쉬운 상대는 여전히 남한이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 여론도 크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경제 행보에는 ‘언제까지 남한의 지원과 협력을 기다릴 수 없다’며 남한의 호응을 압박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개방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다시 적극성을 보일 개연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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