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국정원이 매수공작” …야당도 ‘외면’

진보당 “국정원이 매수공작” …야당도 ‘외면’

입력 2013-09-01 00:00
수정 2013-09-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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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헌법질서 훼손하면 종북세력과도 맞설 것”정의 “’헌법 밖 진보’ 용납안돼…수사 응해야”

내란음모사건에 휘말린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은 1일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진보당원 매수공작사건’, ‘정치사찰사건’이라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전혀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은 “헌법을 무시하면 국정원이든, 종북세력이든 우리의 적”(박용진 대변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인 정의당도 “국민은 헌법 밖 진보를 용납하지 않을 것”(심상정 원내대표)이라며 진보당을 몰아세웠다.

진보당은 지난해 총선 때만 해도 제1야당인 민주당과는 야권연대, 정의당과는 하나의 정당 아래서 끈끈한 ‘동지애’를 과시했다. 그러나 1년4개월이 지난 지금 야권의 어느 정당도 가까이 하기를 원하지 않는 ‘고립무원’에 빠졌다.

◇진보 “국정원의 당원매수공작…체포동의안 처리는 국정원 농락 동조”= 진보당은 이날 국회에서 두 차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상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단-최고위원 연석회의’를 마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진보당원 매수공작사건, 정치사찰에 의해 날조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은 (이 협조자를) 거액으로 매수해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간 사찰하도록 했다”며 “국정원은 댓글 조작도 모자라 프락치 공작, 정당 사찰을 벌인데 대해 해명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잠시 후엔 당의 얼굴인 이정희 대표가 직접 나섰다. 이 대표는 이석기 의원 등을 배석시킨 가운데 가진 회견에서 새누리당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제안한데 대해 “절대 불가”라며 “’내란음모’라는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에 국회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국정원의 매수공작과 정당사찰에 대한 전모가 드러나기 전 체포동의안 처리는 불가하다”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왜곡 날조하며 야당과 국민을 농락했던 국정원에 동조하면 안 된다. 그 순간 국정원 개혁은 수포가 된다”고 강변했다.

◇민주 “헌정질서 파괴하면 국정원이든, 종북세력이든 맞설 것” = 진보당의 ‘SOS 손짓’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입장은 전날보다 더 단호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새 당사 입주식에 참석해 “민주당은 나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모든 세력과 싸우는 것을 두려워 않겠다. 그 상대가 국정원이든, 종북세력이든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종북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선언한 것이다.

당의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 역시 “이석기 의원 사건에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민주당이 만들었고 군사쿠데타 세력과 독재에 맞서 그 헌법을 지킨 것도 민주당”이라면서 “민주당이 지켜온 헌법을 흔들고 위협하면 국정원이든, 종북세력이든 민주당의 적으로, 민주당의 결연하고 단호한 태도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는 국정원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진보당의 주장에 대해서서도 “동의할 수 없다”면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 국정원 개혁이 수포가 된다는 판단에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보당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전날 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와 김미희 의원이 서울광장에 마련된 민주당 천막당사로 노숙투쟁중인 김 대표를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김 대표가 거부한 것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와 관련, “국민들의 상식에 입각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의당 “내란음모사건, 공안탄압으로 단정 안돼” = 한때 진보당과 함께 한 지붕 아래에 있었던 정의당도 분명하고 단호하게 ‘거리두기’에 나섰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지금 제기된 혐의는 헌법 기본정신을 부정한 것으로, 국민은 헌법 밖의 진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당과 이 의원은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혐의를 입증할 책임이 국정원에 있다’는 진보당 주장에 대해서도 “사법적으로는 옳으나 정치적으로는 무책임한 말”이라며 “국민으로부터 헌법적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은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과 의구심을 풀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호선 대표도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언급, “진보정당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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